[특별기고]앨런 팀블릭/"'자유무역협정' 성사땐 투자 늘어"

  • 입력 2004년 1월 14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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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가는 수익을 남겨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라고 자선가가 될 수는 없다.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투자가는 투자가일 수 없다. 수익은 시장을 통해 실현된다. 시장은 넓고 크며 투자가의 행동에 제약을 안 줄수록 좋다.

시장이 클수록 투자도 커진다. 때문에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우선 시장을 보여줘야 한다. 있는 시장도 키워서 보여줘야 한다. 과장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기존 시장에 전략적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과 이웃 국가가 맺는 자유무역협정(FTA)은 투자가들이 평가하는 한국 시장의 크기를 사뭇 다르게 해줄 것이다. 투자가들은 오래전부터 이것이 언제 실현될지 주목하고 있다.

시장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익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시장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은 그런 의미에서 분명 중국보다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투자의 수익률을 국가적 위험(country specific risk)으로 디스카운트한다. 굳이 북핵 문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과격한 노사문제는 한국만이 가진 국가적 위험이다.

불편한 생활환경도 다른 나라에서는 겪지 않아도 되는 한국의 고유한 리스크다. 까다로운 행정 규제나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 일관성 없는 불투명한 정책도 모두 디스카운트의 요소이다.

투자가들에게 위험은 곧 비용이다. 리스크가 크면 시장의 수익률과는 무관하게 가치가 낮은 시장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만약 이런 위험을 제거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인베스트코리아가 노무상담반을 신설해 외국인 투자기업의 노사문제를 지원하고 외국인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는 일은 모두 투자가의 비용을 낮춰 수익성을 높여주려는 시도다. 투자 프로젝트마다 프로젝트 매니저(PM)라 불리는 개별 담당자를 두는 것도 마찬가지다. 해외 무역관과 지자체의 열성적이고 헌신적인 투자유치 활동은 틀림없이 투자가를 감동시키고 다시 한번 한국을 투자처로 고려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이 전부는 아니다. 여기에 덧붙여 투자가가 필요로 하는 것은 신뢰다. 투자가들과 미팅을 하다 보면 의외로 한국 경제에 대해 우리보다 더 강한 신뢰를 가진 외국인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이 한국 경제를 신뢰하는 이유는 그동안 한국이 격변하는 환경에 훌륭하게 적응해 왔다는 점에 있다.

외국인 투자유치는 이제 한국의 경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수익성 있는 시장과 위험 관리 능력, 그리고 한국 경제가 견고하다는 신뢰를 보여줄 수 있다면 외국인 투자유치는 한결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앨런 팀블릭 KOTRA 인베스트코리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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