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두근두근 메트로]두 물이 만나 강을 이룬 곳… 자연이 한폭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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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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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8경’ 두물머리 산책

경기 양평 두물머리는 지난해 비닐하우스가 철거되면서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옛 모습을 되찾았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경기 양평 두물머리는 지난해 비닐하우스가 철거되면서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옛 모습을 되찾았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산수와 습수가 합쳐 흐르는 곳에/그 마을 이름이 바로 이수두인데/마을 앞의 한 전방 늙은이가/가만히 앉아 가는 배를 보내누나’

다산 정약용이 유배에서 돌아온 말년에 두물머리의 풍경을 읊은 시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의 풍광은 예부터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20일 기자도 그곳을 찾았다. 조금의 과장도 없이 한 폭의 산수화가 펼쳐졌다. 한강 8경 중 두물경, 즉 두물머리 경치가 제1경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얼음이 살짝 녹으면서 강가엔 바람에 따라 물결이 일었고, 주위 산들은 흰눈에 덮여 있었다. 넓게 트인 팔당호 너머로 검단산과 예봉산, 남한산성이 멀리 보였고, 바로 앞에는 겸재 정선의 그림 독백탄에 나오는 족자섬이 손에 닿을 듯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칼바람이 불어댔지만, 새로 태어난 두물머리는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두물머리는 국가 땅이지만 수십 년간 농민들이 비닐하우스 농사를 지으며 길목을 막아 들어갈 수 없었다. 4대강 사업으로 지난해 가을 비닐하우스가 철거되면서 비로소 강가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됐다. 현재 이곳엔 두물경이라고 적힌 석물이 세워졌다. 바닥에는 해동지도(1750년경 제작)에 나오는 두물머리 일대의 지도와 현재 지도가 나란히 있어, 1973년 팔당댐 완공 이전과 이후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이곳을 찾은 사진 동호회의 주부회원(58·서울)은 “올 때마다 비닐하우스가 길을 막고 있어 아쉬웠는데, 이젠 탁 트인 광경에 마음까지 시원하다”라고 말했다. 400여 년 된 느티나무가 터줏대감처럼 서 있고, 남한강 전경이 잘 나오는 곳에 설치된 커다란 나무액자가 사진촬영 장소로 인기가 높다.

발길을 돌려 연꽃으로 유명한 세미원으로 향했다. 최근 석창원에서 이름을 바꾼 온실 상춘재로 들어서자 야외보다 2주 앞서 활짝 핀 매화 20여 그루가 반겼다. 추운 바람에 움츠러든 몸이 은은한 매화 향기에 한번에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동백꽃도 붉은 꽃망울이 터져나갈 것 같았다. 세종 때인 1450년경 만들어졌다는 한옥 온실도 재현돼 있다. 화덕에서 물을 끓여 나온 증기를 온실로 보내는 방식이었다. 상춘재 개관 기념으로 28일까지 입장료(4000원)를 반값으로 할인한다.

두물머리에서 차로 각각 10분 거리에 있는 다산 유적지와 운길산 수종사를 찾아봤다. 다산 유적지에는 실학박물관이 들어서 조선 실학의 대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동사강목을 저술한 순암 안정복의 탄생 3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 다음 달 17일까지 열리고 있다. 수종사는 산 밑에서 가파른 길을 따라 1.5km가량 차를 몰자 일주문이 나왔다. 절에서 바라보는 팔당 일대의 풍경은 놀라움 그 자체다. 다실(삼정헌)에 앉자 두물머리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절의 석간수를 찻물로 쓴 녹차가 무료다. 녹차의 맛과 향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한강 8경#두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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