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31년간 육본서 공보업무… 기자만 2000명 만났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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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앞둔 김광희 정훈실 부이사관… “통신 발달로 軍내부비밀 사라져
국민 걱정 커진것같아 안타까워”

퇴직을 앞두고 아쉬운 듯 계룡대 연병장을 돌아보던 김광희 부이사관은 “군을 떠나도 군이 국민의 신뢰 속에 더욱 발전하길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퇴직을 앞두고 아쉬운 듯 계룡대 연병장을 돌아보던 김광희 부이사관은 “군을 떠나도 군이 국민의 신뢰 속에 더욱 발전하길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중학교 나와 전파사를 다니다 입대했다고 하니 정훈실에 와서 앰프를 고쳐 보라는 거예요. 그게 계기가 돼 정훈병이 됐고 제대 후 31년간 육군본부에서 공보 업무를 하게 됐습니다.”

육본 정훈공보실 공보과 지방매체 담당관인 김광희 부이사관(59) 얘기다. ‘안녕하십니까, 육본 정훈공보실 공보과 김광희입니다. 이번에 육군에서….’ 그가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는 늘 이렇게 시작했다. 하지만 21일 저녁 늦게 도착한 e메일은 서두는 같았지만 내용은 그가 이달 말 명예 퇴직한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e메일에서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상관의 제안으로 정훈병 제대 직후 육군본부(당시 서울 용산 소재) 정훈감실에 촉탁직으로 근무하다 1984년 3월 육본 비서실 보도과 군무원(6급)으로 특채됐다. 형편 때문에 고교 진학을 못 하고 대전의 한 전파사에서 심부름과 라디오 조립 및 수리를 하다 통신병으로 입대해 특유의 성실성으로 일한 것이 상사의 눈에 띄어 정식 공무원이 된 것이다.

그는 그 후 육본 보도과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우정의 무대’ 등 기획프로를 담당했고 3군 본부가 논산으로 이전(1989년)한 뒤인 1995년부터 대전충남지역 언론을 대상으로 공보 업무를 담당했다. 또 육군의 업무와 관련해 다른 지역 향토사단에 공보 업무 지침도 전달하고 조언해 왔다.

그동안 2000명 안팎의 기자들을 만났고 현재 그의 휴대전화에는 582명의 언론인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 기자들은 김 부이사관이 육군에 불리한 상황이 발생해도 둘러대거나 변명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방식으로 신뢰 높은 공보 업무를 펼쳤다고 기억한다. 그 때문에 그를 모델로 전북과 충북 등 전국적으로 지역 공보관제가 생기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는 이런 바쁜 업무의 와중에도 검정고시로 고교 과정을 졸업하고 방송통신대와 동국대 대학원 계룡대 분원을 통해 석사까지 마쳤다.

김 부이사관은 “30여 년간 내부에서 보아온 군은 모든 면에서 좋아졌다. 하지만 언론 매체 증가와 통신의 발달 등으로 내부 비밀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국민의 걱정은 더욱 커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김광희#정훈실#육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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