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선생님이 벌주고 욕해서 떠납니다”… ‘삼척 중학생 자살’ 가혹행위 논란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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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 담당교사 “체력단련 시킨 것일뿐”

강원 삼척시의 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진 한 중학생의 자살 원인에 대해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교사의 가혹행위 탓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중학 3학년인 A 군(15)은 12일 오전 8시 56분경 아파트에서 목을 매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 날 숨졌다. A 군이 아버지 앞으로 남긴 메모에는 ‘선생님이 저를 심하게 괴롭힌다. 벌주고 욕하고 그래서 이렇게 떠나려고 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강원도내 시민·사회·여성단체들은 17일 ‘A 군 사망 진상규명 및 교사체벌 금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22일 강원도교육청에서 유가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대책위는 성명을 통해 “A 군이 교사의 지속적인 가혹행위에 고통을 받아오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강원도교육청은 숨김없는 조사를 통해 A 군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또 도교육청, 유가족, 대책위가 함께하는 특별조사팀 구성, 유가족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 교사 체벌과 가혹행위 금지, 학생인권보호 조례 제정 등을 요구했다.

A 군의 아버지는 “아들은 최근 ‘선생님이 두렵다. 학교 가기가 싫다’고 말해왔다. 체벌 폭행 폭언 등이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해당 학교 측은 A 군이 지난해 7월 전학 온 뒤 8차례 흡연으로 적발되는 등 문제를 일으켜 훈육 및 체력 단련 차원에서 운동장 달리기와 오리걸음 등을 시킨 적은 있지만 폭행 등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A 군이 지목했던 교사 B 씨(50)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달리기 등은 체력 단련 차원에서 시킨 것으로 가혹행위는 맹세코 없었다”며 “A 군 사건의 충격으로 공황 상태에 빠졌고 현재 연가를 내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삼척경찰서 관계자는 “부검 결과 구타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훈육 및 체력 단련 행위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A 군 친구들을 상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이유야 어찌 됐든 학생이 자살까지 이른 사건이기에 쉽게 볼 수 없는 사안”이라며 “일단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중학생#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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