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환경단체 “철새 쫓는 난개발 부추겨”

  • 입력 2009년 8월 3일 06시 09분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 주변에 창고 주택 건축 잇단 허가

“주변땅 매입해 보호… 종합관리계획 보완해야”

창원시 “보호구역 지정 전엔 허가제한 어려워”

“철새의 삶터를 보존하기 위해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새 건물이 들어서도록 방치한다면 이율배반 아닙니까.”

경남 창원시가 철새도래지인 동읍 주남저수지 주변에 창고와 주택의 건축을 잇달아 허가하자 환경단체들이 “난(亂)개발을 부추긴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창원시가 마련하고 있는 ‘주남저수지 종합관리계획’도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특별하게 관리해야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사무국장은 2일 “최근 주남저수지 근처에 창고 2동이 건립됐고, 탐조대 뒤편 야산 기슭에는 2층짜리 단독주택이 들어서고 있다”며 “이 시설물들이 철새의 휴식을 방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이 들어서는 곳은 창원시가 돈을 주고 지주에게서 농지를 빌린 뒤 철새들의 먹이가 되는 농작물을 재배하는 ‘생물다양성 계약’을 맺은 관리구역과 가깝다. 창원시는 지난해 람사르총회를 치르면서 공식 방문지였던 주남저수지의 보전과 복원을 목적으로 수십억 원을 보상한 뒤 기존의 퇴비공장 2곳을 철거하기로 했다.

환경단체는 “저수지 주변의 또 다른 지역에서도 주택 등 건물을 짓기 위한 터 닦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외지인의 전원주택 등 건물이 계속 들어선다면 또다시 엄청난 예산을 들여 뜯어내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장기적으로는 저수지 주변 땅을 매입하되, 그 이전에는 ‘설득과 억제’를 통한 특별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창진환경연합 감병만 부장은 “창원시가 186억 원을 들여 주남저수지 인근에 2011년까지 건립하려는 습지문화체험관을 포기하는 대신 주변 농경지를 사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창원시 허가민원과 관계자는 “사유지를 매입하거나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전에는 허가를 제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종합관리계획도 미흡

창원시는 최근 주남저수지 람사르문화관에서 ‘주남저수지 종합관리계획 수립을 위한 1차 보고회’를 가졌다. 창원시는 1억5000만 원으로 종합관리계획 연구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마창진환경연합은 “저수지 주변 논을 보전하고 농민을 실질적인 관리 주체로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이 제시돼야 한다”며 “현재 구상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주남저수지를 유원지 개발 대상으로 바라보고, 주민들을 기념품이나 먹을거리를 파는 영세상인으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남저수지에 세계적으로 5000마리뿐인 재두루미 등 희귀 철새가 몰리는 것은 저수지의 갈대, 주변의 농경지, 그리고 인근을 흐르는 낙동강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종합관리계획은 이를 보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관리계획 마련에 환경공학 분야뿐 아니라 사회과학, 도시계획, 건축, 농업 등의 전문가가 두루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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