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나, 실버 바리스타… 인생 2막 당당한 노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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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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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성북구의 커피전문점 온바로에서 ‘실버 바리스타’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이 커피전문점 직원 13명 중 7명이 60, 70대의 실버 바리스타로 최근 1명 구인 공고에 30명의 어르신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성북구 제공
15일 서울 성북구의 커피전문점 온바로에서 ‘실버 바리스타’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이 커피전문점 직원 13명 중 7명이 60, 70대의 실버 바리스타로 최근 1명 구인 공고에 30명의 어르신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성북구 제공
서울의 노인 인구가 처음으로 10%를 돌파했다. 16일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만 65세 이상 인구는 105만1592명으로 전체 인구(1025만134명) 가운데 10.2%를 차지했다. 서울시민 10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2005년(7.15%)에 비해 3.05%포인트나 늘었다. 서울 전체 인구의 평균연령은 38.3세. 2005년(35.1세)보다 3.2세 높아졌다.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인 고령화사회를 2000년에 맞았다. 불과 18년 만인 2018년이면 노인 인구가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접어든다. 독일(40년) 일본(24년)에 비해 훨씬 빠르다. 은퇴는 빨라지고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후 인생 2막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60대 이상 실버세대가 20, 30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바리스타와 큐레이터 직종에까지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 실버세대 인생 2막을 열다


14일 오전 10시 서울 성북구 월곡종합사회복지관 2층 33m²(약 10평) 남짓한 커피 전문점. 이른 시간인데도 테이블이 7개 있는 이 가게는 10여 명의 손님으로 북적였다. 주문대에서는 환갑을 넘긴 종업원이 손님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주문하시겠어요?” “아메리카노요.” “잠시만 자리에 앉아 기다리세요.”

하얀색 블라우스에 남색 카디건 차림의 종업원은 이 가게의 바리스타 윤귀숙 씨(67·여)다. 윤 씨는 2009년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하루 9시간 주 5일 근무에 월 100만 원을 받는다.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하며 주부로만 40년을 살다 친구의 추천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캐러멜 마키아토’ ‘캐러멜 모카’ ‘카페라테’ ‘에스프레소’처럼 낯선 이름 때문에 실수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커피를 뽑는 윤 씨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이 커피숍에는 하루 평균 100여 명의 손님이 찾는다. 인근에 사는 30, 40대 주부가 대부분이며 절반 이상이 매일 들르는 단골이다. 윤 씨는 이곳에서 ‘친정엄마’ ‘왕언니’로 통한다.

○ 팔팔한 노인 “우리도 일하고 싶다”


실버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뽑는 이곳은 커피전문점 ‘온바로’다. 온바로는 따뜻하고(溫) 올바르다(正)는 의미다.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울시와 성북구의 지원을 받는 사회적 기업이다. 커피 가격도 1500원으로 일반 커피 전문점의 절반도 안 된다. 현재 3곳의 직영점에서 직원 13명이 일한다. 이 가운데 60, 70대 바리스타가 절반이 넘는 7명이다. 이들은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3개월 과정의 바리스타 교육을 이수했다. 지난해 실버 바리스타 1명을 채용할 때 30명이 몰렸다. 1차 서류전형에 이어 2차 면접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현성일 전략기획팀장은 “처음에는 60대 이상 고령자와 바리스타라는 단어 자체가 어울리지 않아 반대가 많았다”며 “어르신들 모두가 젊은이보다 더 열정적이어서 앞으로 더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포구는 17일까지 ‘노인일자리사업’ 참가자 2190명을 모집한다. 여기에는 미술작품 해설보조 활동이나 미술관 전시관 안내를 도와주는 실버 큐레이터는 물론이고 라디오 기획 및 방송 진행자, 중고 물품을 활용해 직접 리폼하는 에코디자이너 등이 있다. 구는 일자리를 희망하는 노인이 많아 올해 사업을 30개에서 37개로 확대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공현정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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