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건설현장 일용직서 ‘앱 개발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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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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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희망 앱 아카데미’ 1기 수료생 인생역전 취업기

서울희망 ‘앱’ 아카데미 1기 수료생 김선영 씨(왼쪽)와 최호근 씨가 서울 구로구 구로동 행복ICT 사무실에서 개발 중인 앱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있다. 김재홍 기자 nov@donga.com
서울희망 ‘앱’ 아카데미 1기 수료생 김선영 씨(왼쪽)와 최호근 씨가 서울 구로구 구로동 행복ICT 사무실에서 개발 중인 앱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있다. 김재홍 기자 nov@donga.com
먼 길을 돌아 왔다. 하지만 꿈꿔왔던 삶은 이제 시작이다. 37세 늦깎이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의 꿈을 이룬 김선영 씨. 남들은 그 나이 먹도록 뭐했냐고 할 수 있지만 속 모르고 하는 소리다. 김 씨는 공사판에서 시작해 일용직 노동은 물론이고 편의점 아르바이트, 구청 행정보조, 공공근로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대학 등록금 대출을 갚으려면 이것저것 가릴 여유가 없었다. 10년을 힘겹게 살아온 김 씨는 우연히 얻게 된 배움의 길에서 희망을 찾았다.

○ 밑바닥 인생에서 앱 개발자로


5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재단법인 행복ICT 사무실에서 만난 김 씨는 어엿한 모바일 전문 업체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SK텔레콤과 SK행복나눔재단이 출연해 만든 사회적기업으로 장애인 노약자 등 소외계층을 위해 다양한 앱을 만들고 비정부기구(NGO)가 웹사이트를 만들 때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이곳에서 일하며 사회적기업의 웹사이트 개설을 돕고 있다. 앱 개발에도 관심이 많아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10년 전 조선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한 김 씨가 이곳에서 일할 수 있는 건 서울시에서 전국 최초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연 무료 교육과정 덕분이었다. 2010년 12월 무료 모바일 앱 개발자 교육 과정인 ‘서울희망 앱 아카데미’에 참여했다. 김 씨는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1기 과정을 수료하고 취업에 성공했다. 김 씨와 함께 1기 과정을 수료한 7명 모두 관련 회사에 취업했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컴퓨터 관련 학과 전공자가 아니었던 터라 매일 8시간 동안 받는 교육을 따라가려면 밤 12시가 넘도록 복습해야 했다. 5개월 동안 이어지는 강도 높은 전문교육 과정을 따라가지 못해 중도 포기한 사람만 8명이나 됐다. 15명 중 7명만 과정 수료에 성공한 것. 1기 수료생 중 나이가 가장 많았던 김 씨는 수강료가 약 2000만 원에 이르는 교육과정을 무료로 들을 수 있게 된 것을 인생의 전환점이라 여기고 이를 악물고 수료했다. 김 씨는 서울희망 앱 아카데미에 대해 “비전공자도 정보기술(IT)업계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 희망 프로그램”이라며 “제2의 인생을 살게 해 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 올해는 대폭 늘려 44명 모집


아카데미 2기 과정이 현재 11명을 대상으로 교육 중인 가운데 시는 올해에도 모바일 앱 개발자 과정을 개설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22명씩 총 44명을 모집할 계획이다. 5개월(20주) 과정으로 짜인 교육과정은 IT 개론 및 자바(JAVA) 기본 프로그래밍, 네트워크 프로그래밍, 데이터베이스, 모바일 디자인 등 전문 IT 교육이 무료로 제공된다.

교육 대상자는 시에서 추천한 1차 모집자를 대상으로 SK플래닛에서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최종 인원을 선발한다. 교육비와 교재는 모두 무상이며 1인당 1720만 원 상당의 교육과정 역시 무료로 들을 수 있다. 김경호 서울시 복지건강실장은 “꿈은 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교육 기회를 갖지 못한 젊은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교육 대상은 서울에 살고 있는 만 19세 이상으로 고졸 이상 학력인 사람 중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또는 소득 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170% 이하인 저소득 가구원이다. 교육 신청을 원하는 이는 서울형그물망복지센터 복지콜서비스(1644-0120)나 홈페이지(gumulmang.welfare.seoul.kr), 동 주민센터에 있는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신청은 다음 달 14일까지다.

김재홍 기자 no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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