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가을의 속도는 시속 1km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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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환 아시아하천복원네트워크 의장 대진대 교수
장석환 아시아하천복원네트워크 의장 대진대 교수
일교차가 큰 덕분인지 아니면 필자의 주관일 뿐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단풍은 유난히 아름답다. 단풍은 가을이 되면서 광합성 작용이 쇠퇴하고 잎 속의 엽록소가 분해되면서 새로 수용성 색소인 안토시안이라는 물질이 잎에 생성된다. 이 때문에 색깔이 변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 단풍이다. 식물의 종류마다 단풍 빛깔이 다르다. 안토시안의 붉은 색소와 공존하고 있는 엽록소나 다른 색소 성분이 양적으로 차이 나기 때문이다. 은행잎이 노랗게 변하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가을이 되면서 광합성 작용이 줄어들어 엽록소의 녹색이 사라지고 표면에 원래 있었던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단풍 현상은 일 최저기온이 5도 이하에서 시작된다. 일교차가 클수록, 강수량이 적을수록, 햇빛이 잘 드는 양지일수록 단풍은 선명하다.

산 정상에서부터 20% 정도까지 단풍이 보이기 시작하면 첫 단풍이라고 본다. 산의 80%가 물들었을 때를 단풍 절정기라고 하며 첫 단풍의 2주 정도 지난 후에 절정기가 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설악산 첫 단풍이 9월 27일 시작됐다. 제주 한라산의 첫 단풍은 설악산 첫 단풍 이후 약 20일 뒤인 10월 16일쯤이었다. 그러니 한라산 단풍의 절정은 바로 요즘이다. 공학자인 필자는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의 속도, 아니 실제 가을의 속도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서 계산해 봤다. 설악산에서 한라산까지 직선거리로 550km 정도이니까 일자를 기준으로 일평균 27km씩 단풍이 남하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가을의 속도는 하루 27km이고 이는 시속으로 1km 남짓으로 가을이 이동하고 있다고 얼추 계산된다.

올해 단풍은 예년에 비해 사나흘 늦게 왔다고 한다. 올해 이상고온의 영향으로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다. 이렇게 9월 기온이 높으면 그만큼 단풍이 물드는 시기도 늦어지게 된다. 국립기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는 지난 100년간 평균기온이 1.7도 상승했고 강수량은 19% 상승했다. 중요한 변화는 겨울철 지속일이 20일 이상 짧아지고 여름은 15일 정도 길어졌다고 한다. 이 결과 강수량의 시공간성의 변동성이 커져서 가뭄과 홍수가 반복적이 되는 것을 우리는 체감하고 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21세기 말에 한반도의 기온이 4도 정도 높아질 경우 제주도나 남해안 지역은 겨울이 없어질 수 있다는 보고서도 있다. 그때에는 지금의 아름다운 단풍도 볼 수 있는 지역이 한정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 지금의 단풍나무 자리에 파파야나 올리브 나무가 그 자리를 대신해서 지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올가을 우리의 단풍은 짧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 이유는 짧은 가을, 긴 겨울을 몰고 오는 ‘라니냐’ 때문이다. 라니냐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기상 현상을 가리킨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가을과 올겨울에 북반구에서 라니냐가 발생할 확률을 종전보다 높은 55∼65%로 예측하고 있다. 라니냐로 인한 여름철의 고온과 짧은 단풍 그리고 긴 겨울이 예상된다. 단풍까지 빠르게 내몰고 있다니, 기후변화가 두렵다.

장석환 아시아하천복원네트워크 의장 대진대 교수
#가을#단풍#일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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