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이야기/24일]감익는 고향 분주한 들녘

  • 입력 1998년 10월 23일 18시 51분


상강(霜降)이 지났는데도 왜 풀잎엔 서리가 앉지 않을까? 대신 승용차 뒤창에 성에가 낀 아침. 왜 늦가을인데도 하늘은 ‘새파랗지’ 않고 ‘시퍼렇기만’ 할까? 왜 영어에서 파란 ‘블루(blue)’가 멍든 ‘우울’이란 뜻도 지닐까? 푸르디 푸르러 시퍼런 하늘도 사람을 우울하게, 즉 울가망하게 만들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람이란 종(種)이 원래 울가망하게 살 운명? “사람은 결혼해도 불행하고 결혼하지 않아도 불행하다. 온기(溫氣) 때문에 모여 있는 고슴도치와 같아서 너무 가까이 있어도, 너무 멀리 있어도 불행하다”는 쇼펜하우어 영감의 독설(毒舌)처럼?

아침 5∼16도, 낮 19∼23도. 아침 저녁 소슬바람만이 가을을 전하는 듯.

온 살갗으로 이 바람을 느끼면 가슴이 상쾌해질까?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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