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10월 7일]공중에 매달린 고장난 케이블카…공포의 5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7일 1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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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케이블카가 멈춘 상황을 가정한 영화 ‘오! 수정’의 한 장면. 동아일보DB
남산 케이블카가 멈춘 상황을 가정한 영화 ‘오! 수정’의 한 장면. 동아일보DB
“케이블카의 정지는 상징적이다. 차단된 의식의 흐름은 새로운 국면을 마련해 준다. 괄호로 묶여진 ‘어쩌면 의도’는 동일한 차원의 시간이 적용되어지지 않는 새로운 영역을 요구하는 챕터이다. 그리고 ‘오! 수정’의 전체구조에 의문을 제기하는 특권적인 챕터이다. 심리적 주관성이 닫히고 형이상학적인 시간의 차원이 열리게 되는 것은 정확히 케이블카가 멈추는 그 순간부터이다.”

김영찬 씨는 200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 가작 당선작 “수정의 이름으로 - ‘오! 수정’”에 이렇게 썼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영화적 상징일 뿐 현실에서 케이블카가 멈추는 건 참 곤혹스러운 경험이다. 1984년 10월 7일 서울 남산 케이블카를 탔던 승객 77명은 이 말을 절감할 것이다. 케이블카가 공중에서 5시간 동안 멈추는 바람에 “허기와 공포에 떨었기” 때문이다.

당시 동아일보에 따르면 케이블카가 멈춘 건 이날 오후 2시 15분경이었다. 상하행선이 출발 1분 후 출발점에서 250m 지점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멈춰섰다. 처음에 케이블카 운행 업체는 정전 때문이라고 안내했지만 사실은 기계제품 고장이 문제였다.

결국 회사 측은 케이블카가 멈춰서고 1시간 45분이 지난 오후 4시경부터 1인용 구명자루를 통해 탑승객을 한명씩 실어 내렸다. 이 과정에서 도르래가 기울어지면서 로프가 벗겨지는 바람에 38세 여성과 3세 남아의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다.

남산에 케이블카가 처음 다니기 시작한 건 1962년 5월 12일이었다. 개통식 소식을 전한 이튿날 동아일보에 따르면 당시 왕복 요금은 성인 기준으로 400환(40원)이었다. 당시 시내버스 요금이 5원이었으니 8배 비쌌던 것. 현재도 8500원으로 버스 요금 8배 수준이다.

남산 케이블카는 개통 초기에 한번 타려면 2~3시간은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였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다시 인기가 살아난 건 각종 연속극에 등장하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기 시작한 덕분. 현재까지 이 케이블카를 탄 사람은 연인원 1700만 명이 넘는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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