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 기계제어공학부 ‘산학협력 계약학과 운영’ 취업률 80% 비결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3일 0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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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대 기계제어공학부 4학년 옥승수 씨(24)는 문과계열로 입학했다. 고교 때 문과였고, 국제개발 쪽에 관심이 많았다. 장래 직업으로는 유엔개발계획(UNDP)을 생각하고 있었다. 1학년 때 정치학과 국제관계학을 선택해 들었다.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갔다오고 복학하기까지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묻고 또 물었다. 나중에 국제개발 쪽 일을 한다 해도 기술 하나는 갖고 있는 게 유리하다 싶었다. 주변에 공대 친구들도 많았다. 결국 2학년 때 기계제어공학부를 택했다.

한동대는 학과별로 학생을 모집하지 않는다. 크게 인문계열과 자연계열로만 학생들을 뽑는다. 올해 입학정원은 787명. 1학년 때는 전공도 없고 학부도 없다. 오로지 자신의 적성과 비전에 맞는 전공을 탐색한다. 2학년에 올라갈 때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옥 씨처럼 문과계열에서 기계제어공학부를 선택한 학생이 25%나 된다. 100명 정도가 이 학과로 몰려들 정도로 인기가 높다.

기계제어공학부는 기계공학과와 전자제어공학과를 합친 학과다. 하지만 두 개 학과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커리큘럼을 짰다. 기계공학 과목과 전자제어공학 과목을 각각 33학점씩 들어야 한다. 1999년 기계금속학과에서 기계제어공학과로 개조하는 밑그림을 그린 배건웅 교수의 말이다.

“기계와 전자를 구분하지 않는 게 요즘 세계적인 추세다. 요즘 기계에는 모두 전자 제어기능이 들어있다. 한 몸이다. 자동차도 그렇고 밥솥만 해도 전자제어기능이 들어 있다. 기계에는 반드시 전자제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기계공학과 전자제어를 합친 것은 당연했다.”
학생들은 복수 전공을 하는 셈이다. 그만큼 ‘빡세다’. 수업도 실전을 중시한다. 실험실습 과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34.6%나 된다. 이론 과목도 실습이 더 많다. 이론이 1시간이라면 실기는 2시간이다. 전공과목 4개를 듣는다고 하면 읽어내야 하는 분량도 많고 실습도 해야 해 다른 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다. 때문에 2학년을 마치고 전과하는 경우도 한 해 10명 가까이 나온다.

기계제어 학과는 특히 엔지니어로서 문제해결능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때문에 종합설계 능력을 키우도록 커리큘럼을 설계했다. 학과 슬로건도 Move as You Think!다. 1학년 때 공학설계입문을 개설해 놓고 있다. 엔지니어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고민하는 과목이다. 문제를 보고 답을 푸는 식이 아니라 문제가 뭔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디자인 사고다. 2학년 때는 기계제어의 역사와 핵심 요소 기술이 무엇인지를 배운다. 문헌 조사도 하고, 선배들은 어떤 것을 고민했는지도 알아보고, 자기말로 말할 수 있는 능력도 배운다. 3, 4학년 때는 자신이 생각한 것을 구체화하는 캡스톤 디자인 1, 2를 배운다. 캡스톤 디자인을 두 학기나 하는 것은 그만큼 실전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4학년 이호석 씨(25)는 ‘자율주행 알고리즘 검증’이란 캡스톤 디자인2를 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무인 주행의 실험실 버전 격이다. 모형 차를 만들고 차선을 인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모형 차로를 주행해 보는 것이다. 백두산 씨(25)도 자동차의 ‘ABS시스템 알고리즘 검증을 위한 힐스시스템’이란 과제와 싸우고 있다.

학생들의 논문 수준은 전통적으로 꽤 높다. 2013년에 국제전기전자학회(IEEE)에서 최우수 논문상(outstanding papers)을 받은 학생도 있다. 전 세계 대학생 논문 중 4편만이 받은 상이다. 매년 국제학술대회에 5팀 정도가 뽑힌다.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도 재작년에 3편이 나왔고 올해도 2편이 나왔다.

석사과정 1학기 김진욱 씨(23)와 4학년 김영대 씨(25)는 지난해 중소기업청에서 주최한 ‘이공계창업꿈나무’ 프로그램에 선정돼 5000만 원씩을 받았다. 진욱 씨는 ‘생체신호를 이용한 연속 강도제어 웨어러블 입력기기’로 지원을 받았다. 손목밴드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로 근육신호를 감지하는 시스템. 뇌중풍 환자의 재활치료를 위한 헬스케어 시스템이다. 공부를 더해 교수가 되거나 창업하는 쪽을 생각중이다. 영대 씨는 무릎 재활환자를 위한 근육 모니터링 장비를 개발했다. 그는 동경공업대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

한동대의 교육 목표는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복수 전공 역량을 키워 세계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세계 진출을 목표로 하다보니 학과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전공과목에서 24학점은 영어로 강의하고 있다. 심지어 영어발표와 영어보고서도 써야 한다. 영어 교재도 많다. 학생들은 1학년 때나 방학 때 언어교육원에서 영어 심화학습을 할 수 있다.

밑바탕은 인성교육. 학생들은 교정에서 만나는 어른들에게는 반드시 인사를 한다. 여기에는 총장을 비롯한 교수진의 노력이 숨어있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도 열성을 다하지만 동료들끼리도 협조적이다. 현재 기계제어공학부에는 9명의 교수가 있다. 기계공학 전공 5명, 전자제어 4명이다. 두 전공 교수들의 관계는 끈끈하다. 이재영 교수는 원자력 공학을 전공했지만 학과의 앞날과 큰 그림을 위해 전공을 ‘반납했다’. 1990년대 말 폐과 위기까지 겪으면서 만들어낸 학과였기 때문에 애착이 컸다. 지금은 전자열유체 연구실을 맡아 차세대에너지를 담당하고 있다. 이 교수에게 학생들에 대해 물어봤다.

“한동대는 서울 경기 출신 학생들이 40%를 차지한다. 전라도 제주도 등 전국 각지에서 온다. 포항 출신이 5%여서 주민들은 역차별이라고 할 정도다. 게다가 해외에서 살다온 학생들의 비율도 높다. 한동대는 이들이 서로 융합하는 ‘융합의 모판’이다. 학교도 팀제를 운영하면서 이를 장려한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무작위로 20명에서 30명을 뽑아 한 교수 밑에서 팀을 이룬다. 교수는 이들을 1년 내내 케어한다. 과가 섞이고 학년이 섞여있어 전공에 따라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배운다. 한동대 DNA는 다른 학생들이 ‘인 서울’을 외칠 때 다른 쪽을 바라본 학생들이다. 18세에 포항으로 올 때 이미 부모로부터 독립했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를 나가도 두려워하질 않는다.”

김진욱 씨는 팀제가 갖고 있는 또 다른 면을 이야기했다. 그는 “매주 수요일 팀 활동을 하다가 물총싸움으로 친목을 다지기도 하고, 교수 연구실 꾸미기, 포항 일대 청소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동료 선후배간의 관계가 끈끈해진다”고 말했다.

학년별 지도교수제도 이 학교의 자랑. 학년별 지도교수는 매학기 1회 이상 개별면담을 통해 전공 선택이나 교과 선택, 진로 등 학생들의 고민을 청취한다.

최근 4년간 취업률은 80%를 상회한다. 2011년 83.7%, 2013년 79.5%, 2014년 88.4%, 2015년 81.6%다. 대부분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 취업한다. 최근 4년간 가장 많이 취업한 곳은 현대자동차로 27명(21%). 10명 이상 취업한 곳은 LG전자 삼성물산 현대모비스 POSCO 등이다. 이 밖에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한국수자원공사 두산인프라코어에도 취업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산학협력의 일환으로 현대자동차그룹과 계약학과를 만들었다. 3학년부터 입사를 전제로 공부하는 것이다. 실제 채용이나 마찬가지여서 현대 인성 적성 검사 등 입사시험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 선발한다. 합격하면 3, 4학년 등록금을 전액 대주고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현대차연구소에 취업한다.

김재효 학부장은 “계약학과 제도는 ‘한동대 출신들이 일을 잘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현대 측에서 먼저 제안해 왔다. 한 해 10명 모집하는데 올해는 7명이 합격했다”고 말했다.

3학년 배진근 씨(25)는 이 트랙에 합격했다. 그는 무인자동차나 전자제어 쪽에 관심이 많다. 그는 졸업하면 현대차 남양연구소 연구원으로 들어간다. 이호석 옥승수 백두산 씨도 이 트랙에 합격했다. 지금 같은 불황에 일찌감치 대기업 취직이 확정된 때문인지 여유가 있어 보였다.
한동대 기계제어공학부는 또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건설공학전공)와 함께 마련한 ‘경북 동해안 지속가능 에너지-환경 융합인재 양성사업’이 교육부 지정 특성화 사업(CK-1)에 선정됐다.
한동대 학생들은 입학성적도 뛰어나다. 인문계열 최초합격자 수능 평균은 1.69등급, 자연계열은 2.23등급이다. 2015학년도엔 수시로 79.9%, 정시로 20.1%를 뽑았다. 장학금 수혜비율은 평균적으로 등록금 대비 32%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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