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이슈]항공사 일등석, 어떤 서비스 받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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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위 ‘별세계’… 건강기내식에 맞춤와인-샤워스파까지

에미레이트항공 에어버스 A380 기종의 일등석. 좌석은 길이 2.08m, 너비 54.8cm 크기로 180도 젖혀지며 마사지 기능도 있다. 자동문과 개인 미니바, 독서등, 업무용 책상이 구비돼 있고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는 23인치다(위쪽 사진). 샤워 부스, 세면대, 탈의실 등을 갖춘 두 개의 샤워 스파 시설이 있어 여행 중 상쾌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 에미레이트항공 제공
에미레이트항공 에어버스 A380 기종의 일등석. 좌석은 길이 2.08m, 너비 54.8cm 크기로 180도 젖혀지며 마사지 기능도 있다. 자동문과 개인 미니바, 독서등, 업무용 책상이 구비돼 있고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는 23인치다(위쪽 사진). 샤워 부스, 세면대, 탈의실 등을 갖춘 두 개의 샤워 스파 시설이 있어 여행 중 상쾌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 에미레이트항공 제공
항공사 기내 서비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건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이 움직이기 시작한 항공기를 후진시키고 사무장을 내리게 한 발단은 일등석의 ‘마카다미아 너트’ 서비스가 매뉴얼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게 대한항공 측 설명이다.

사건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땅콩을 봉지째 주는 것과 종지에 담아주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이번 사건을 통해서 알게 된 이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미주 노선을 기준으로 정가 1300만 원 수준인 일등석을 타본 사람 자체가 많지 않겠지만.

육·해·공의 교통수단을 통틀어 서비스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민간 항공기. 비행기 한 번 타보지 않은 사람 찾기가 힘들어졌지만 여전히 비행기 일등석은 대다수 사람들에게 먼 이야기다. 일등석을 중심으로 항공사 기내 서비스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승무원이 서비스의 핵심

서비스를 하는 건 결국 승무원들이다. 현존하는 최대 여객기인 A380 기종의 경우 승객 수에 따라 18∼24명의 승무원이 탑승한다. 국내 항공사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A330이나 B777 기종에는 최대 12명 정도가 탄다.

안전을 위해 비상구 하나당 승무원이 반드시 1명씩은 있어야 하며 일반석에는 승객 50명당 1명 정도의 승무원이 배치된다.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의 경우 경험이 많은 시니어 1명, ‘신참’이라고 할 수 있는 주니어 1명, 그리고 음식을 준비하는 갤리 담당이 1명씩 탑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날그날의 상황에 따라 인원수가 조정되기도 한다. 남녀 비율을 따로 정해 놓지는 않는다.

항공사가 승무원을 배치하면 승무원들은 공항 내 사무실이나 근처에 모여 함께 비행기로 이동한다. 출발 3시간 전쯤 승무원 가운데 가장 선임인 선임사무장(캐빈 매니저)이 그날의 승객 분포와 주요 탑승자에 대해 브리핑한다.

이때 자사 임원이 탑승한다는 사실이 고지되면 긴장할 수밖에 없다. 조종사와 승무원들은 임원들이 탑승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서로에게 토로하기도 한다. 승무원들이 비행기에 도착하고 승객들의 탑승이 시작되면 기내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승객이 이용할 수 있는 바 라운지에서는 와인, 위스키를 비롯해 간단한 칵테일과 다과를 즐길 수 있다.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승객이 이용할 수 있는 바 라운지에서는 와인, 위스키를 비롯해 간단한 칵테일과 다과를 즐길 수 있다.
가깝고도 먼 일등석

이코노미(일반석)에서 비즈니스클래스, 퍼스트클래스(일등석)로 갈수록 서비스가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반인은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나 일등석을 구경할 수 있는 정도다.

일등석은 일반석과 몇 발자국 떨어져 있지 않지만 서비스 내용이나 가격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 차이는 예약 때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대형 항공사들은 일등석과 비즈니스클래스의 예약을 위한 전용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일반 예약 전화보다 대기 시간이 짧다.

또 일등석은 기내식을 사전에 주문받는다. 고급 레스토랑처럼 코스로 된 요리를 하나하나 선택한다. 일등석에 타는 승객들은 대부분 비서 등 대리인을 통해 탑승 전 예약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항공사의 경우 궁중음식연구원과 함께 개발한 궁중정찬, 정통 일식 ‘교카이세키(京懷石)’ 등을 주문할 수 있다. 루프트한자의 경우 2009년 3월 밀레니엄서울힐튼 호텔의 박효남 상무를 ‘한국의 스타 셰프’로 임명해 한국 노선의 기내식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음식 중에서 항공사들이 특히 신경을 쓰는 건 와인이다. 건조한 기내에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있다 보면 입안이 텁텁해지고 단맛과 짠맛을 느끼는 미각 세포의 감도가 떨어진다. 와인의 떫은맛과 쓴맛, 신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게 된다. 이 때문에 기내에서는 부드럽고 달콤한 와인을 주로 제공한다. 또 기내에서는 기압이 낮고 공기 순환이 빨라서 와인 향이 코에 전달되기 전에 상당 부분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리는 경향이 있다. 지상에서 마시는 와인보다 좀 더 향취가 풍부한 와인이 주로 선택된다.

에미레이트항공 일등석에 제공되는 아랍식 전채요리.
에미레이트항공 일등석에 제공되는 아랍식 전채요리.
일등석 기내식의 조리 과정도 평범하지 않다. 에미레이트항공의 경우 최근 ‘수비드’ 기술을 도입한 ‘건강 기내식’을 선보였다. 수비드는 재료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밀폐된 용기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끓이는 요리법을 뜻하는 말이다. “트랜스지방 등 몸에 해로운 요소들은 제거하면서도 음식의 풍미는 살린 저칼로리 요리”라는 것이 항공사들의 설명이다.

예약을 마치고 출발 당일 공항에 가면 일등석 승객에 대한 항공사의 의전이 시작된다. 일등석 승객이 전용 탑승수속 카운터에 도착한 시점부터 수속 전 과정을 전담 직원이 도와준다. 라운지까지 안내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착하는 공항에서 수하물이 빨리 나올 수 있도록 수하물에 따로 표시를 한다.

아라빅 커피와 대추야자 간식.
아라빅 커피와 대추야자 간식.
비행기에 탑승하면 ‘웰컴 서비스’가 시작된다. 먼저 승객이 타면 승무원이 외투를 받아 별도의 공간에 보관해주고 비행 구간에 따라 기내에서 입을 수 있는 편의복을 제공한다. 좌석에 앉으면 ‘웰컴 드링크’가 나온다. 절차는 항공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주로 샴페인 와인 과일주스 등을 승객의 주문에 따라 제공한다.

제공되는 그릇과 용품, 기내 인테리어도 최고급이다. 그릇의 경우 고급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브랜드의 제품이지만 기내라는 점을 감안해 잘 깨지지 않는 소재를 쓴다. 영국 최대의 도자기 회사로 세계 각국의 왕실과 대사관에서 널리 쓰이는 ‘로열 덜턴’이나 모던한 양식기로 유명한 ‘로버트 웰시’의 식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기내 스파 시설에 비치된 향수와 샴푸 등 세면용품.
기내 스파 시설에 비치된 향수와 샴푸 등 세면용품.
최고급 오리털 소재나 따뜻한 울(양모) 소재의 침구세트가 제공된다. 샤워 스파 시설에는 ‘불가리’ 향수와 ‘타임리스’ 스파 샴푸 등이 비치돼 있다. 좌석마다 미닫이문과 미니 바, 조절 가능한 조명,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는 건 기본이다.

진화하는 기내 서비스

항공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내 서비스 경쟁도 불붙고 있다. 단순히 ‘최대한 조용하고 편안하게’를 추구하던 데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승객에게 말을 걸고 다가가는 기내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새로 시장에 진입한 저비용항공사나 외국 항공사들이 이 같은 변화를 이끌고 있다.

해외여행을 하는 어린이들이 늘어나면서 일부 항공사들은 장거리 국제노선에서 어린이 승객에게 전용 메뉴를 제공하기도 한다. 다만 사전에 예약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보호자 없이 혼자 비행기를 타는 어린이 승객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도 있다. 담당 직원이 출국 심사와 보안 검색을 돕고 목적지에서 보호자를 만날 때까지 안내한다.

제주항공은 홈페이지에서 사연을 신청하면 채택된 사연에 한해 편지 낭송, 선물 전달 등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벤트 플라이트’를 시행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특정 노선에 한해 기내에서 마술을 하는 ‘매직 서비스’와 타로카드로 점을 봐주는 ‘타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에는 기내에서 입국 수속을 마칠 수 있는 ‘기내입국 서비스’가 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기내 무선인터넷(와이파이) 서비스다. 아직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없지만 외국항공사 중에는 상당수가 시행 중이다. 또 다음 달 본격 운항을 앞둔 에어버스사의 A350 기종을 가진 항공사의 경우 구역별로 다른 에어컨 기능과 1670만 가지 빛을 낼 수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항공사 ‘서비스 매뉴얼’ 살펴보니

“승객에게 신문 드릴땐 제호가 보이게 반으로 접어서…”


항공사는 어떤 승무원이든 관계없이 표준화되고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 때문에 승무원들이 따라야 할 표준적 절차를 문서화해서 익히게 한다. 이것이 바로 서비스 매뉴얼이다.

서비스 매뉴얼에는 승무원이 따라야 할 행동 양식이 적혀 있다. 매뉴얼을 그대로 실천하는지가 승무원이 운항 준비를 얼마나 잘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당연히 승무원들은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기 위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이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한다.

국내 항공사 매뉴얼은 행동 방식을 세세하게 규정해 놓은 편이다. 승객의 탑승부터 비행, 착륙 후 비행기를 떠날 때까지 모든 단계를 통해 각 위치에서 해야 할 일들을 구체적으로 정해 놓았다.

예를 들면 ‘신문을 제공할 경우 제호를 승객이 바로 볼 수 있도록 반으로 접어 제공한다’ ‘오렌지주스는 냉장고나 얼음을 이용해 시원하게 한다’ ‘음료는 승객 테이블 오른쪽에 컵받침을 깔고 서비스한다’ ‘샴페인을 제공할 때는 한손에 잔을, 다른 손에 샴페인 병을 들고 나오며, 샴페인 라벨을 보여드린 후 서비스한다’와 같은 지침이 적혀 있다.

물론 좌석 등급마다 매뉴얼이 다르고 각 나라의 보안 규정에 맞춰 공항마다 세부적인 내용이나 절차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번 ‘땅콩 리턴’ 사건처럼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의 보안 규정이 한국과 차이가 있어 견과류 서비스 절차가 달라지는 경우도 생긴다.

매뉴얼이 이렇게 세세하게 규정돼 있는 것은 그만큼 깐깐한 손님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먹을거리와 관련해서는 특히 더 그렇다. 이번 사건에서 견과류를 일단 보여주는지 아니면 먼저 의향만 물어본 후 갤리에서 종지에 담아 나와야 하는지가 문제된 것도 견과류에 알레르기가 있는 손님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마련된 규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뉴얼은 고정된 것은 아니고 계기가 있을 때마다 수정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매뉴얼이 2012년 6월 이후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뉴얼뿐만 아니라 정부 지침 등도 서비스에 참고해야 한다. 한 예로 지난해까지 이착륙 시 승객에게 휴대전화 등을 반드시 꺼달라고 요청했지만 올해 3월 국토교통부가 ‘비행기 모드로 설정된 전자기기를 고도 1000피트(약 300m) 이상 높이부터 쓸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한 뒤 휴대용 전자기기 사용 제한이 완화됐다.

또 라면을 덜 끓여 왔다며 승무원을 폭행한 일명 ‘라면 상무’ 사건과 공항 탑승구에서 직원을 신문지로 때린 ‘신문지 회장’ 사건이 발생한 후 국토부는 국내 항공사에 기내 흡연이나 성추행, 폭행 등을 경고하는 기내 메시지를 방송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항공사 기내 서비스#항공사 일등석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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