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치사율, 車의 1.75배… 별도 면허제 절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시동 꺼! 반칙운전]<下>위험천만 렌트 오토바이… 미숙한 운전이 대형사고로

“오토바이요? 중학교 때 한두 번 타보고는 처음이죠.”

여름방학을 맞아 제주도로 렌트 오토바이 여행을 왔다는 대학생 박모 씨(25·부산 남구 대연동). 박 씨는 1종 보통 자동차 운전면허로 오토바이를 빌렸다. 렌트업체에서 연수를 받은 시간은 겨우 5분. 제주도에서 만난 오토바이 여행객 중에는 이곳에서 처음 오토바이를 타봤다는 이들이 많았다.

미숙한 운전 실력으로 낯선 여행지 도로를 달리다보니 사고도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 오토바이 사고는 2011년 295건에서 지난해 337건으로 늘어났다. 지난달 29일에는 제주시 안덕면 제주조각공원 인근 편도 3차로에서 신모 씨 남매가 함께 오토바이 여행을 하다가 운전 미숙으로 연석(도로와 인도를 구분하는 경계석)을 들이받고 전복됐다. 이 사고로 운전을 한 여동생(21)이 다치고 뒤에 탄 오빠(28)는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오토바이 렌트는 소중한 생명을 잃을 만큼 위험하지만 현행법상 관리 실태에 허점이 많아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신고만 하면 누구든 운영 가능

오토바이 렌트사업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른 자동차대여사업인 렌터카와 달리 ‘레포츠시설업’으로 분류된다. 등록요건 없이 사업자 신고만 하면 누구든 영업을 할 수 있는 자유업이다. 기자가 제주도 렌트 오토바이의 운영 규모를 확인하려 제주특별자치도청에 문의를 해봤지만 지자체는 운영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자체 등록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설관리나 안전교육, 보험 가입 등의 의무도 없다.

제주지방경찰청 경비교통과 관계자는 “지자체 등록제로 법을 바꿔 렌트하기 전 안전교육 이수를 의무화하는 등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레포츠 시설 안전규정이 부실하다는 지적에 따라 18대 국회 때 레포츠시설업을 등록제로 바꾸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회기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된 상태다.

○ “자동차 면허로는 오토바이 못 타게 해야”

전문가들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 2종 보통 면허로 운전 방식이 전혀 다른 오토바이를 탈 수 있는 법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 현재 우리나라 면허 체계에서 배기량 125cc 이하 소형 오토바이는 1, 2종 보통 등 자동차 면허만 있으면 탈 수 있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오토바이 운전 조건이 더 까다롭다. 영국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모든 종류의 오토바이를 운전할 때 별도의 면허가 필요하다. 일본과 미국은 50cc 미만 오토바이만 자동차 면허로 탈 수 있을 뿐 그 이상은 별도의 면허가 있어야 한다. 일본은 자동차 면허 취득 과정에서 오토바이 면허 교육을 대부분 이수한다. 미국은 50cc 미만 소형 오토바이는 거의 없고 할리데이비슨(883cc 이상) 같은 대형 오토바이가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오토바이족이 별도 면허를 갖고 있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오토바이는 구조물에 부딪치는 단독사고 발생률이 커 치사율이 자동차보다 1.75배 높다”며 “자동차보다 위험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오토바이 면허가 자동차 면허 시험보다 시험 항목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훨씬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명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자동차 면허 시험 과정에 오토바이 교육을 의무화하거나 125cc 이하의 오토바이도 별도의 면허를 취득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렌트 오토바이#오토바이면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