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내 학생, 내 친구 우리 손으로 지켜주자]<上>가정-학교-친구들이 해줘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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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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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징후 파악-대처… ‘5-7-5’로 폭력의 그늘 걷어내자

《 집단따돌림과 학교폭력 문제는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가 속한 가정과 학교, 또래집단 내에서 예방책과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동아일보는 청소년 심리상담 전문가와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계부처 및 일선 교사의 조언을 받아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5(예방)·7(징후 파악)·5(대처)’ 법칙을 제안한다. 학교 가정 또래집단별로 각 주체가 학교폭력 예방, 징후 파악, 대처를 위해 힘을 합쳐야 실현 가능하다. 》
○ 예방 5원칙

해병대 기수열외 문화나 대학과 직장의 왕따처럼 집단따돌림이나 집단괴롭힘은 나이와 성별에 무관하게 경쟁사회에선 늘 발생하는 사회 문제다. 다만 초중고교생은 아직 문제를 이성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떨어져 가정과 학교에서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첫째, 학교는 최소 한 학기에 한 차례 이상 따돌림 방지 교육을 해야 한다. 집단따돌림이 자살이나 총기 난사 등 극단적 사고로 이어졌던 과거 사례를 설명해 장난으로 한 일이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 아울러 학교폭력은 법적 처벌을 받는 범죄라는 점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학교의 두 번째 역할은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하는 것이다. 교과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교사용 학교폭력 처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교폭력 신고서를 첨부한 신고안내 e메일을 전교생에게 보내거나 학교폭력을 신고할 수 있는 익명 게시판을 학교 홈페이지에 개설하고 학교폭력 신고 전용 e메일을 신설하는 것도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할 수 있다.

반마다 ‘왕따 파수꾼’을 지정해 또래집단의 감시 능력을 키워주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학생 다수의 여론을 좌우할 수 있는 ‘분위기 메이커’가 이 역할의 적임자이다. 이사라 교과부 교육연구관은 “최근 자살한 대구 중학생도 부모형제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피해 사실을 친구에게는 털어놨다”며 “친구를 활용한 섬세한 상담이 문제 해결에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정에서는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게 핵심이다. 먼저 자녀와 부모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학교와 부모 간 상시 소통도 매우 필요하다. 도현영 서울 인수중 생활지도 담당교사(50)는 “한국은 학교와 학부모 사이의 거리감이 큰 편”이라며 “부모와 교사가 거리낌 없이 통화하고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문제의 조기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 징후 파악 7원칙


교사, 부모보다 같은 반 친구들이 왕따 문제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친구가 있다면 급격히 안색이 나빠지거나 ‘죽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는 않는지 주의 깊게 봐야 한다. 교과서나 공책에 자살을 암시하는 문구를 써놓는지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교사는 △수업시간 중 다른 학생들로부터 야유나 험담을 받는 학생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 심부름 및 청소 당번을 도맡아 하는 학생 △갑작스레 전학 상담을 하는 학생이 생기면 왕따 문제를 의심해 봐야 한다. 가정에서는 △갑작스레 성적이 하락하거나 △용돈을 달라는 횟수가 늘었을 때 △꾀병으로 인한 결석 및 지각이 늘 때 자녀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 대처 5원칙


왕따 문제를 인지한 학생은 문제가 커지기 전에 즉시 학교나 가정에 알려야 한다. 다만 학생들 사이에 ‘학교가 신변은 확실히 보호해 줄 것’이라는 신뢰감이 바탕에 깔려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학내 왕따 문제를 교사에게 제보했다가 고자질이나 하는 사람으로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여중생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예방 단계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미흡한 대처로 오히려 큰 일이 될 수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위기지원팀 상담사는 “제보 학생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철저하게 익명으로 운영되는 신고전화나 e메일 계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제보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공적을 기록해 주는 등 구체적인 보상 제도도 고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조치도 중요하다. 교사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가해자와 피해자를 함께 앉혀 놓고 삼자 대면을 하거나 가해 학생에게 사과편지를 쓰도록 지시하는 일이다. 이 경우 용기를 내 어렵게 말을 꺼낸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청예단 측은 “피해자와 가해자는 무조건 따로 상담해야 하고 필요할 경우 접근금지 명령도 내려야 한다”고 했다.

2010년 학교폭력 전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모에게 알려 도움을 요청했다’는 피해자가 전체의 33.9%로 가장 높았다. 그만큼 가정이 가장 큰 버팀목이 돼줘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학부모가 자녀의 고통에 충분한 공감을 보내주되 스스로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교 다닐 때는 다 싸우면서 크는 거야’라며 문제를 축소하려 하거나 ‘너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자녀에게 화살을 돌릴 경우 아이는 또 한 차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존감이 떨어진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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