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부탁해]서프라이즈, 4억!… 재활병원 모금 20일새 성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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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원도 허투루 쓰지 않겠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통쾌한 순간이 어떤 때인지 아십니까? 음지가 양지되는 것, 쥐구멍에 볕드는 것, 그리고 도움을 받기만 할 것 같은 장애인이 되레 남을 돕는 겁니다.”

14일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재단에서 만난 소설가 고정욱 씨(51·사진)는 “돈을 좇는 삶을 꿈을 좇는 것으로 교정하는 게 나눔”이라고 말했다. 이날 고 씨는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추진 중인 푸르메재단을 찾아 기부금 1000만 원을 약정했다.

고 씨는 한 살 때 소아마비를 앓고 1급 장애인이 됐다. 어린 동생들은 걸어 다니게 하고, 자신을 안고, 업고 다니는 부모님을 보면서 수없이 ‘왜 수많은 사람 중에 나만 장애인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공부를 잘했지만 심부름을 빨리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장을 하지 못했다. 성적은 충분했지만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는 이유로 의대에 진학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당당한 성격은 큰 무기였다. “야, 너! 나 업어”라고 반 친구들에게 ‘지시’했다. 그렇게 초중고교를 친구들이 업어주고 가방을 들어줘 졸업했다. 고 씨의 소설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바로 자신의 이야기다.

고 씨는 “나 역시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장편소설 ‘계백’을 포함해 지금까지 187권의 저서 중 23권의 인세를 좋은 일에 써달라며 여러 단체에 기부해 왔다.

고 씨와 같은 나눔의 씨앗들이 어린이재활병원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본보의 ‘기적을 부탁해’ 시리즈가 지난달 25일 시작된 이후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기금에 보태달라며 보내온 성금이 4억 원 넘게 모였다.

외환은행에서 통역사로 일하고 있는 홍장미 씨는 동아일보를 보고 첫돌을 맞은 아들의 이름으로 기부를 했다. 홍 씨의 아들 김범규 군은 생일(11월 9일)과 같은 숫자인 119만 원을 생애 처음으로 기부하게 됐다. 홍 씨는 “엄마가 돼 보니 장애 아이를 둔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다”며 “작은 이 기부가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5년차 퀵서비스 기사 문기덕 씨(53)는 “어린이재활병원을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며 20만 원을 기부했다. ‘세종마을 푸르메센터’ 시공사인 보미종합건설 김덕영 회장과 임직원들은 3300만 원을 병원 건립기금으로 내놓았다. 정신과 전문의 정지영 씨도 1000만 원을 쾌척했다. 기업들의 기부도 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이 3억 원, 지하구조물 시공 전문업체 에스코컨설턴트 김승렬 사장과 임직원이 1000만 원, 국민연금공단이 500만 원을 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1원도 허투루 쓰지 않고 그분들의 바람대로 제대로 된 어린이병원을 짓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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