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엿보기]민원 심하다고 ‘생떼거리’라니…

  • 입력 2008년 12월 10일 02시 59분


서울 용산구 원효로1가에 있는 용산구청 정문 옆에는 가로 10m, 세로 2m 크기의 대형 현수막(사진)이 있습니다.

현수막에는 “구청에 와서 ‘생떼거리’를 쓰는 사람은 민주시민 대우를 받지 못하오니 제발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용산구”라고 되어 있습니다. 특히 ‘생떼거리’는 빨간색으로 되어 있어 더욱 도드라집니다.

이 현수막은 지난해 여름 이래 1년이 넘도록 계속 걸려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용산구에서는 각종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민원이 잇따르고, 일부 구민이 구청 앞에서 확성기 등을 동원해 연일 집회를 벌이자 구청이 이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내건 것입니다.

구청 관계자는 “상복을 입고 향을 피우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는 등 아침부터 밤까지 너무 심할 정도로 시위를 했다”며 “임신한 여성 공무원들이 괴로움을 호소했고, 대부분의 직원 역시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시민들은 이해는 하지만 옳은 방식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다른 구에 산다는 한 50대 시민은 “그 현수막을 보고 공무원들이 시민을 대하는 태도가 이것밖에 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현수막 뒤쪽의 구청 본관 건물에는 ‘21세기 희망찬 새 용산’이라는 글귀가 붙어 있습니다. 지금의 현수막은 21세기의 희망찬 새 용산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 아닐까요.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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