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는데… 이렇게 뒤처진줄 몰랐다”

  • 입력 2009년 2월 18일 02시 58분


‘학력 최하위권’ 서울 남부교육청 학부모들 충격

“능력 있는 교사에 인센티브… 교원평가 서둘러야

전교조 수준별수업 반대만… 누굴 위한 교육이냐”

전국 단위 초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된 다음 날인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학부모단체 사무실에는 서울 남부교육청 관내에 살고 있는 어머니 학부모들이 모여 앉았다.

이들은 남부교육청 관내 중3 학생 가운데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5개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서울에서 가장 높다는 언론 보도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분위기였다.

학부모들은 “설마 했는데 우리 학군 학력이 시골 읍면 지역보다 뒤처질 줄 몰랐다”며 부실한 공교육을 성토했다.

▽“아이들에게 미안해”=이들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학력이 부진한 학군에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고3 자녀를 둔 임모 씨(47)는 “평가 결과를 접하고 빚을 내서라도 강남이나 목동으로 학교를 옮겨야겠다는 부모들이 많았다”며 “어디를 가도 여기보다는 나을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초등 5학년과 중2 자녀를 둔 이모 씨(43)는 “학부모는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은데 선생님들은 ‘그런가 보다’ 하고 덤덤히 받아들이는 것 같아 더욱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고3 자녀 학부모인 김모 씨(51)는 자녀가 남부교육청 관내의 고교에 배정되는 것을 피하려고 도심의 공동학군에 먼저 지원해 타 지역의 고교로 보냈다고 소개했다. 김 씨는 “등하굣길이 멀어 고생이지만 공부하는 학교를 찾아가야 했다”며 “오죽하면 부모들이 동네 학교를 기피하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전교조 때문에…”=이들은 남부교육청 관내 학교가 기피 대상이 된 가장 큰 이유로 다른 학군보다 월등히 높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 비율을 들며 울분을 토했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남부교육청 관내 교사 중 전교조 소속 비율은 20.1%로 강남교육청(10.5%)의 두 배 가까이 높은 편이다.

고3, 중3 자녀를 둔 서모 씨(45)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수준별 이동학습을 요구해도 전교조가 ‘우열반 편성’이라고 반대한다”며 “학교장들도 전교조 눈치 보기 바빠 임기만 채우고 다른 학군으로 발령받기만을 고대한다니 도대체 누굴 위한 교육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서 씨는 “전국 단위 학력평가도 ‘줄 세우기 일제고사’라고 반대하고 인성교육과 학력 증진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전교조의 인식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학력이 드러날까 두려워 평가를 반대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교사가 변해야 한다”=이들은 교직사회가 열심히 가르치지 않는 교사는 퇴출될 수 있다는 긴장감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씨는 “노력하지 않는 교사는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퇴출될 수 있어야 교사들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 씨는 거의 똑같이 나눠 갖는 현행 교원성과상여금제도 능력에 따른 인센티브 차이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능력 있는 교사가 더 많이 받아야 다른 교사들도 분발한다는 것. 서 씨는 “성과급제가 제대로 운영만 된다면 재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실력 있는 교사에게 성과급으로 써 달라며 돈을 싸들고 오는 학부모가 줄을 이을 것”이라고 말해 다른 학부모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정부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라 학교당 5000만∼1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라는 것에 대해 “예산 지원만이 아니라 교사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임 씨는 “예산만 늘리면 저절로 학력이 올라간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라며 “능력 있는 교사들의 의욕을 꺾는 집단이나 제도, 관행들을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나서 적극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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