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달라도 다함께/이주노동자 인권 ‘제자리’

  • 입력 2009년 8월 18일 06시 28분


11.5% “폭행당한적 있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조사

“이제 이주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소수자로서의 삶도 나아져야 합니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이철승 소장은 17일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권과 노동권 침해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상담소는 2000년부터 해마다 경남지역 이주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올해는 최근 두 달간 18개국 출신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경남 지역 이주노동자는 현재 3만7100여 명.

대표적인 기본권 침해는 이주노동자들이 취업하자마자 신분증을 빼앗는 사례. 여권 압류는 2005년 47.9%에서 2007년 27.1%, 올해 25.8%로 줄었다. 외국인등록증 압류도 2005년 16.4%에서 올해는 7.3%로 조사됐다. 업주들은 이를 ‘보관’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11.5%는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폭행 가해자는 한국인 노동자가 54.2%로 가장 많았고 직장 관리자 25%, 사장 10.4%, 외국인 노동자 2.1%였다. 폭행을 당한 이유는 ‘외국인이라서’가 37.5%, ‘한국어를 이해 못해서’가 20.8%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근로조건도 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2005년 11.1시간, 2007년 11.4시간, 2009년 10.6시간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월 임금은 잔업에 따라 달라지지만 평균 132만 원이었다. 한달 평균 본국 송금액은 84만 원 안팎으로 수입의 64%가량을 보내는 셈. 상담소는 “이주노동자의 노동력 가치가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주노동자들은 근로조건 가운데 임금을 가장 불만스러워했고 다음으로 비인격적인 대우, 지나친 작업량이라고 답했다.

건강관리도 허술했다. 정규 건강진단을 받아보지 못한 이주노동자가 2005년 37%, 2007년 41.2%, 올해 30.8%였다. 산업안전보건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노동자도 전체의 35%를 웃도는 가운데 산업재해를 당한 사람은 30%나 됐다. 이 소장은 “‘현대판 노예제도’로 불리던 산업연수생제 대신 이주노동자를 법적인 ‘노동자’로 보호하는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합리한 점이 많다”며 “외국 인력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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