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클리닉]고교생/영어 공용화

  • 입력 2005년 9월 6일 03시 03분


코멘트
■고교생 논술 주제

경기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영어마을을 조성하고 원어민 영어교사를 유치하는 등 영어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국민이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해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한국어 외에 영어도 공용어로 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영어 공용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학생글- 이재훈 (경기 수원시 대명고 1학년)

(가)㉠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가 간의 교류가 늘어남에 따라 ①영어는 세계 공용어로서 영어를 익히는 것이 필수가 되어 버렸다. ㉢우리나라도 시간이 갈수록 영어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영어를 제2공용어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국제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영어공용화를 주장한다. ㉤일본을 비롯하여 싱가포르, 몽골 등의 나라들도 영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영어공용화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영어공용화가 꼭 이루어져야만 하는 걸까?

(나) ②여기 영어가 공용어가 돼서는 안 되는 이유 3가지가 있다.

첫째, ③영어를 공용화한 나라들이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한 이후에 영어 구사력이 크게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 사회적인 계층화가 생길 수 있다. 단일민족인 우리나라의 경우 두 개의 공용어를 사용할 경우 영어구사력에 의해 계급이 나눠져 사회통합이 이뤄지지 못하고 혼란에 빠질 것이다. 셋째, 우리말을 잃어버리면 우리의 정체성과 문화를 잃어버리게 된다. ④만약 영어를 공용화한다면 지금까지의 한글문화는 존폐의 위험에 처할 것이고, 행여 한글문화가 사라질 경우 우리의 뿌리를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문화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는 만주족이나 몽골족들이 글이 없어 자신들의 독창적인 문화를 꽃피우지 못했다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다) 세계화 시대가 되어 영어가 필수이므로 영어구사력 향상을 위해 외국인 강사가 수업을 하는 것을 확대하거나 영어마을 같은 영어교육센터를 증진하는 등의 노력을 한다면 영어공용화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첨삭지도

문단 구성에 문제가 있다. (가), (나), (다)를 각기 한 문단으로 구성하여 전체 세 문단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

문단은 생각의 논리적 단위이므로 같은 내용을 다루는 부분은 한 문단으로 묶어야 한다. 그리고 문단은 너무 자주 나누면 산만한 느낌을 주게 된다.

(가)서론 부분이 상대적으로 긴 편이다. 짧은 글이므로 좀 더 간략히 줄이자. ㉠은 생략해도 무방한 문장이다. ㉡, ㉢을 한 문장으로 묶어 영어를 공용어로 쓰자는 입장이 있음을 제시하고, ㉣, ㉤을 한 문장으로 묶어 그런 입장이 내세우는 근거 무엇인지를 간략히 밝혀주면 된다.

①어색한 표현. ‘세계 공용어가 된’으로 고치자.

②안내 문장을 사용한 점은 좋다. 논의의 구도를 미리 밝혀 주는 안내 문장을 써 주는 것은 체계적인 전달을 위해 효과적인 방법이다.

③모호한 주장이다. 대부분의 경우가 그랬다는 것인지, 일부 나라가 그랬다는 것이지 주장의 좀 더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예나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으면 설득력을 갖기 힘들어 자의적인 주장으로 평가될 수 있다.

④보충 설명이 없으면 논리의 비약을 범하는 주장이 된다. 영어 공용화가 어떻게 한글문화의 존폐 위험까지 낳게 되는지 간략한 설명이 필요한 맥락이다.

(다)영어 공용화에는 반대하면서 그 대안을 제시한 점은 좋다. 대안 제시가 없으면 반대를 위한 반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총평: 답안분량 지켜 감점 당하지 않게 주의

문단을 적절히 구성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논의에서 보완할 점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접근 방식 면에서 보자면 1학년 학생의 글로는 훌륭한 접근을 시도했다. 가장 좋은 점은 논거를 제시할 때 다각적인 접근을 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이다. 영어 공용화에 반대하는 근거를 실제적인 효과, 사회 통합, 정체성 문제라는 각기 다른 세 차원에서 제시함으로써 폭넓은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우선 각각의 논거에 대해 충분하고 짜임새 있게 설명하지 못했다. 학생들은 여러 개의 논거를 제시할수록 설득력이 강해지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논거는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 많은 논거를 가볍게 건드리는 것만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는 가장 적절한 두세 가지만 선택해 각각을 심층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설득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이 답안도 글의 분량에 비해 너무 많은 논거를 제시하려다 보니 각 논거에 대한 논의가 불충분하거나 논리적 비약을 범하는 결과가 빚어진 것이다. 서론을 더 간략히 하는 대신 그 분량만큼 본론을 늘리는 것이 낫다. 가능하면 논거의 설득력을 평가해 주된 논거 하나, 부차적인 논거 하나를 골라서 더 깊이 있게 논의하면 좋겠다.

누누이 지적하는 것이지만 학생들의 원고 중에는 답안의 분량을 초과한 글이 많았다. 실제 대입에서는 분량 제한을 지키지 않으면 감점을 당한다. 요구한 분량을 지키면서 제한된 지면 안에서 효과적인 논의를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EBS 논술연구소 부소장


■생각 넓히기

①영어 공용화는 한 국가의 공식적인 말과 글을 영어로 의무 사용하게 하는 정책. 조선시대에는 한문,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어, 미군정기에는 영어가 한국어와 함께 공용어로 사용되었음을 안다.(국사, 근현대사)

②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무기로 한 제국주의 발달이 ‘영어의 힘’을 강하게 만들었으며, 특히 최근 인터넷 사용 인구의 급증으로 영어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음을 이해한다.(세계사, 윤리)

③단일 민족인 우리나라의 민족정체성과 국가정체성의 핵심은 언어 정체성임을 이해한다. (윤리, 사회문화)

④영어 사교육비와 해외 영어교육 비용 때문에 국제수지에서 ‘상품수지’는 흑자를 보이면서도 ‘서비스수지’에서 큰 적자를 나타내 국제수지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이해한다. (경제, 일반사회)

⑤최근 대만과 일본도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영어 공용화를 논의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제주도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하면서 영어 공용화가 거론되고 있음을 안다.(세계사, 세계지리)

최강 최강학원장


■고교생 다음(9월 13일) 주제

정부는 여성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공직이나 대학 교수 채용 등에서 일정 비율을 여성으로 채우도록 하는 ‘여성할당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할당제는 실력이 부족한데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대하는 것이어서 지연, 학연과 다를 것이 없고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란 주장도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성할당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고교생은 9일까지, 중학생은 16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 주세요. 다음 주는 초등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글 보낼 곳: http://edu.donga.com/nonsul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