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이운주/경찰이 동네북입니까

  • 입력 2003년 11월 28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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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주
경찰병원의 어느 의사가 제발 전·의경 얼굴만은 때리지 말라고 하소연한 글을 읽고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국가의 공권력이 얼마나 유린당하고 있는지를 웅변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일부에서는 폭력으로 국가의 공권력에 도전하는 일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취급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우리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사실 우리 경찰은 불행한 과거 유산의 멍에를 지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의 어두운 정치적 여정을 거치면서 국민과 거리가 먼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이로 인해 한때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 용인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공권력 발동의 근거인 경찰관직무집행법마저 권한 축소와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지 않았는가. 우리는 그동안 처절한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적 정통성을 확보한 정부를 갖게 됐다. 경찰도 공정한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환골탈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진 민주국가에서 공권력에 대한 도전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경찰의 엄정한 공권력 행사와 함께 그 도전에 대해 가혹할 정도의 강력한 대응이 허용되는 것은 성숙한 시민사회의 합의요, 요청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는 획을 그어야 한다. 언제까지 공권력에 대한 불법 폭력적 도전을 관대하게 여겨야 한단 말인가. 법도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 가능하도록 고쳐져야 한다. 그리고 언론에서도 좀 더 객관적이고 냉철한 보도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혹자는 공권력의 과잉을 들어 폭력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궤변이다. 민주노총 시위에 등장한 700개가 넘는 화염병, 볼트나 너트를 발사하는 총기가 경찰 과잉진압 때문에 즉석에서 만들어져 사용됐다는 말인가.

물론 공권력의 남용 가능성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공권력에 대한 도전도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는 생각이다. 이제 국민이 경찰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쇠파이프로 맞고 찔려 40∼50바늘이나 꿰맨 어느 전경의 일그러진 얼굴은 우리 국민 모두의 자화상이다.

이운주 경찰대학 교수·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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