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홍선화/휴대전화 '매너모드' 모르세요?

  • 입력 2003년 5월 30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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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화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는 이제 거의 ‘공해’ 수준인 것 같다. 마치 전화통화를 하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중독성’마저 엿보인다. 출근길 전동차 안을 빽빽하게 메운 인파 속에서 누군가의 전화벨이 울리면 그 비좁은 공간에서 저마다 애써 휴대전화를 꺼내 자신의 것인지 확인하는 모습은 이제 너무나 익숙한 광경이다.

지하철에서 통화하는 사람들 가운데 통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급한 일이나 업무상 전화가 아닐 확률이 높다. 이들은 휴대전화가 없었을 때는 어떻게 살았을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마치 중계방송이라도 하듯 큰소리로 떠들곤 한다.

며칠 전 늦은 귀갓길의 지하철에서 휴대전화 공해의 심각성을 절실하게 깨달은 적이 있다. 40대 아주머니와 20대 젊은 여성이 10여분이 넘도록 큰소리로 통화 중이었고, 여고생들과 몇몇 젊은이들은 ‘삑삑’ 소리를 울리며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게다가 중학생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청소년들은 각자 새로 다운받은 벨소리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마디로 지하철이 휴대전화에서 나는 갖가지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6호선 지하철 공덕역에서 응암역까지 가는 20여분의 시간이 왜 그리 짜증나고 견디기 힘들었는지…. 지하철에 탄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내내 그들에게 쏠렸던 것을 보면 비단 필자 혼자만의 느낌은 아닌 듯싶다.

이웃나라 일본에 갔을 때였다. 도쿄의 지하철에서는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이 매우 드물었다. 만일 전화가 오더라도 상대방에게 지하철 안이라고 말하면 상대방이 미안해하며 서둘러 전화통화를 끝낸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습관을 들이기 어려운 걸까. 휴대전화에는 매너 모드라는 기능이 있다. 벨소리가 진동으로 설정돼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다. 밀폐된 공공장소에서는 휴대전화를 매너 모드로 설정하는 기본 예의를 갖추었으면 한다. 부득이하게 전화통화를 해야 한다면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조용히 필요한 용건만 간단하게 전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한다.출판기획사 ‘씨닷’ 기획실장

홍선화 서울 마포구 마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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