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안규수/장애학생 '특별대우' 마세요

  • 입력 2003년 4월 17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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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수
최근 경기 과천시에서 시민마라톤대회가 열렸다. 특수학급 교사로 있는 필자는 아이들을 데리고 마라톤대회에 참석했고, 모두들 무사히 5㎞를 완주했다. 아이들 대부분은 인지능력과 적응능력이 부족하지만 체육활동을 좋아하고, 또 육상을 특기로 계발해 나가는 학생도 있어서 5㎞를 완주하는 데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다.

그중 지체장애를 가진 훈이는 아무래도 뛰기가 쉽지 않아 가장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골인지점이 있는 운동장 안으로 들어와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을 때 훈이는 필자와 함께 운동장에 들어섰다. 많은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성 속에 훈이는 마지막 트랙 한 바퀴를 돌고 완주 테이프를 끊었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힘들게 뛰는 훈이의 모습과 여기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준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선 씁쓸함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왜 훈이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었을까. 물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는 아이를 격려해 주는 의미가 있었겠지만, 그보다 장애를 딛고 뛰었기에 안쓰러운 마음에서 더 큰 성원을 보내준 것은 아닐까. 하지만 장애는 이제 더 이상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개성으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본다.

아이들을 데리고 외부활동을 나갈 때나 학교 활동을 할 때면 늘 이런 식으로 장애에 대한 편견을 접하게 된다. 장애를 가진 학생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가졌는지 일반인들이 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하려 하면 과하게 감동하고 칭찬하며, 특별한 대접(?)을 한다. 물론 장애로 인한 어려움과 불편은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것처럼 장애인도 남들과 구분되는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훈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마지막 주자였어도 우린 박수를 보내야 하고, 훈이처럼 지체장애는 아니지만 다른 어려움이 있는 나머지 5명의 학생들에게도 박수를 보내야 한다.

화창한 봄날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함께 동네를 뛰는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안규수 경기 과천중 특수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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