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왕기철 명창 “구성진‘미사 판소리’기대하세요”

입력 2004-11-23 18:41수정 2009-10-0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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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미사 판소리’ 공연을 준비 중인 왕기철 명창은 “판소리의 새로운 모색을 통해 전통 다섯 마당뿐 아니라 창작 판소리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주기자
판소리와 천주교 미사. 한국 토박이의 공연 예술과 서양 전래의 종교 의식. 어느 쪽으로 엮어도 쉽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런데 올 초부터 이 둘의 ‘결합’을 시도하는 작업을 조용히 진행해 온 이가 있다.

최근 국악계에서 주목받는 소리꾼인 왕기철(王基喆·41) 명창이 다음달 1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미사 판소리’를 올린다. 미사 판소리는 키리에, 글로리아, 아뉴스데이, 크레도, 상투스 베네딕투스 등의 미사 기도를 판소리 음계에 얹어 부르는 것. 판소리 독창은 물론, 판소리 제창과 양악 코러스, 무용을 넣은 ‘복합 무대예술’로 만들 계획이다.

○ 단조형식 미사와 판소리 정서 조화

“올해 초부터 작창(作唱)을 하며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종교 의례를 판소리로 만들었지만 종교적인 접근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판소리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미사 판소리’를 한다니 당연히 종교인을 연상하겠지만 왕 명창은 가톨릭 신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가톨릭의 미사와 판소리를 엮을 생각을 했을까. 그는 “단조 형식인 미사 음악이 판소리의 정서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이번 공연은 판소리의 영역을 확장하고 그 가능성을 타진해 본다는 점에 일차적인 의미가 있다.

“창작 판소리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전래의 ‘다섯 마당(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부가 적벽가)’ 판소리는 선조들이 남겨준 훌륭한 유산이고 한국이 세계에 내세울 만한 예술입니다. 그러나 전통에만 기대서는 곤란합니다. 지킬 것은 지켜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야 합니다.”

○ 장엄한 분위기에 맞게 변화

왕 명창은 “고(故) 박동진 명창의 창작 판소리 ‘예수전’ ‘충무공 이순신전’ 등이 판소리의 기본에 충실한 소리였다면 이번 ‘미사 판소리’는 장엄한 분위기에 맞게 변화를 준 판소리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판소리의 한계를 넓히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남다르다. 그는 9월 최근의 실업 문제를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유행어에 빗댄 창작 판소리 ‘21세기 이태백가’를 발표했다. 당(唐)의 시인인 ‘원조’ 이태백이 현대의 한국에 건너와 수많은 ‘이태백’들을 만나본다는 내용의 사설에서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둔 젊은이들이 ‘이태백 스페셜 멤버십 자동 가입’이 두려워 휴학도 해보고 대학원에 진학도 해보는” 한국의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또 지난해 중앙대 박범훈 교수의 불교음악 ‘염’에 출연해 판소리를 공연, 불교와 판소리의 결합을 시도해 보기도 했다.

이 밖에 왕 명창은 국립창극단 단원으로 무대에서 ‘연기’를 하기도 하고, 올해 3월부터는 전주 MBC TV의 국악 프로그램 ‘얼쑤, 우리가락’을 진행하는 등 국악 관련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고 해서 그가 ‘전통’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적벽가’ 2차례와 ‘흥부가’ 등 3차례의 완창 무대를 가졌다. 한 번 공연에 4∼5시간이나 걸리는 완창 판소리는 공력도 공력이지만 웬만한 의욕이 없이는 시도하기 어려운 무대. 국악계에서 그를 조상현, 조통달의 뒤를 잇는 남성 소리꾼으로 꼽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01년 전주 대사습 장원과 2002년 KBS 국악대상으로 검증받은 실력과 ‘판소리 학사 1호(한양대 국악과)’로 판소리를 체계적으로 공부한 1세대라는 점에 이런 의욕이 더해졌기 연문.

○ 동생-딸도 ‘꾼’… 판소리 가족

그는 판소리 가족으로도 유명하다. 동생 기석씨도 국립창극단에서 활동 중이고 딸 윤정양(14·면목중 3)도 판소리 공부를 하고 있다. 윤정양은 이달 초 전주 MBC TV에 출연해 창작 판소리 ‘10대 애로(隘路)가’를 발표하기도 했다. 2000년 작고한 큰형 왕기창 명창의 영향으로 16세 때 판소리를 시작한 그는 박귀희 정권진 김소희 조상현 한농선 김경숙 명창들을 사사했다.

“소리꾼이라면 오랫동안 무대에서 사랑받는 것이 꿈입니다. 제가 다섯 마당 판소리뿐 아니라 창작 판소리에 힘을 기울이는 것도 실은 관객들에게 더욱 사랑받고 싶은 욕심 때문이겠지요.”

▼왕기철 명창은…▼

△1963년 전북 정읍 출생 △1985년 한양대 국악과 졸업 △1985∼1998년 서울국악예술학교 교사 △1991∼1999년 전남대, 전북대, 한양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강사 △1999년∼현재 국립중앙극장 창극단원 △2003년∼현재 중앙대 강사 △2004년 3월∼현재 전주 MBC TV ‘얼쑤 우리가락’ MC △2001년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부 장원 △2002년 KBS 국악대상 수상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심청가’ 이수자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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