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파라다이스 사회복지상 받은 김현주 교수

입력 2004-10-19 18:44수정 2009-10-0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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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교수는 “똑같은 희귀병이라고 하더라도 나라별로, 인종별로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면서 “우리도 이제 독자적인 희귀병 연구를 서둘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미옥기자
질병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지만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그 고통의 강도는 몇 곱절로 다가온다. 병명을 제대로 몰라 치료 기회를 놓치기도 하고, 병명을 알더라도 약값과 치료비가 워낙 비싸 마음 놓고 쓸 수도 없다.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니 외출도 못한 채 방에 갇혀 외롭게 투병생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美서 20년간 의사… 40세에 유전학 도전

김현주(金鉉主·62) 아주대 의대 의학유전학과 교수는 ‘희귀병 전문의사’로 통한다. 그는 ‘행동파’ 의사이기도 하다. 아주대 유전학클리닉을 총괄하는 그는 병을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는 데 머물지 않고 희귀질환 환자들이 사회적 냉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환자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개설을 주도하고 치료기금 모금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각종 희귀질환에 대한 국가의 치료비 지원이 가능하도록 정부를 설득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근 그는 파라다이스 그룹이 사회활동가들에게 매년 수여하는 파라다이스상 사회복지 부문 수상자로 결정됐다. “제가 유달리 봉사의식에 투철한 건 아닙니다. 저 역시 미국에선 진료만 하는 의사였습니다. 그러나 귀국해 보니 희귀병 환자들의 처지가 미국에 비해 너무 열악했습니다.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갖춰져 있지 못하니 그 여건을 마련하는 일에 나설 수밖에 없지요.”

그는 20여년 동안 미국에서 의사생활을 했다. 처음에는 소아과 진료를 시작했으나 해당 질환의 대부분이 유전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40세의 나이에 유전학에 도전해 유전학 전문의 자격을 땄다.

1994년 한국에서 새로 문을 여는 병원의 유전학클리닉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나 희귀질환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너무 낮았다. 희귀질환 치료제들이 많이 개발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아직 환자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보건복지부는 전국적으로 환자가 2만명 미만인 난치성 질환을 희귀병으로 규정한다. 현재 국내에는 대략 120여종의 희귀질환과 50여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인에게 많은 희귀병으로는 혈우병, 근육병, 베체트병, 크론병, 다발성경화증 등이 꼽힌다.

○ 환자모임 만들고 치료비조달 캠페인

그가 귀국한 뒤 처음 마주친 희귀병은 고셔병. 효소 부족으로 비장이 비대해지는 이 병에 걸렸지만 약도 없이 고통에 겨워하는 아홉 살짜리 소녀 환자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서 이미 시판 중인 고셔병 치료제를 소개해주는 한편 수백여 국내 병원에 유사증세의 환자가 있는지를 문의해 10여명의 환자를 찾아냈다. 1997년 그는 ‘한국 고셔환자 모임’을 만들었고, 비슷한 과정을 거쳐 왜소증 환자들의 모임인 ‘한국 작은키 모임’을 결성했다. 2001년에는 희귀병 환자들의 연합체인 ‘한국희귀질환연맹’까지 설립했다.

희귀병 환자들에게 외로움만큼이나 힘든 것은 치료비 조달. 1998년 이후 그는 한 방송사와 힘을 합쳐 희귀병 치료기금 모금 캠페인을 벌여 왔다. 캠페인 첫 해는 경제위기로 모두가 힘든 때였음에도 37만여명의 후원자들로부터 6억원이 넘는 기금이 모였다. 희귀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감동한 그는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의료비 지원대상에 희귀질환을 포함시키는 작업에 나섰다. 국가로부터 치료비를 지원받는 희귀질환은 2001년 4개에서 올해 11개로 늘어났다.

○ 돌연변이로 환자의 절반은 성인때 발병

희귀병에는 끝이 없다. 수많은 희귀병 환자들을 치료해 온 그에게도 병명을 모르는 환자들이 종종 찾아온다. 그럴 때면 “앞이 캄캄하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그래서 국내 희귀병 연구가 발전하기 위해선 유전학 전공의사를 키워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희귀병은 유전자 변형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유전학 전문의들이 담당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유전학과가 아직 독립된 의료영역으로 인정받지 못해 의사들의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가 희귀병 환자들에게 조금씩 따뜻한 시선으로 다가서줬으면 하는 것이 세상에 대한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희귀병은 유전과 돌연변이의 비율이 절반 정도씩입니다. 성인이 돼서 갑자기 희귀병이 발병할 확률도 50%나 됩니다. 우리가 희귀병 환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내가 언제 그 병에 걸릴지 모르니까요.”

▼김현주 교수는…▼

△1942년 함경남도 원산 출생 △1962년 경기여고 졸업 △1967년 연세대 의대 졸업 후 미국 유학 △1972∼1981년 미국 뉴욕 마운트사이나이 의대 소아과 교수 및 전문의 △1982∼1993년 마운트사이나이 의대 의학유전학과 교수 및 전문의 △1994년∼현재 아주대 의대 의학유전학과 교수 및 유전학클리닉 책임자 △2001년 한국희귀질환연맹 설립 △남편(김효철 아주대 의료원장)과 2남1녀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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