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한땀 한땀 ‘사랑의 이불’ 누비는 교포처녀 이줄리

  • 입력 2004년 5월 11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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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잃지 말고 씩씩하게 자라요!” ‘사랑의 이불’ 대표 이줄리씨는 매년 한국의 고아들에게 사랑이 담긴 이불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6월 전남 광주영아원을 방문해 고아들과 어울린 이씨.-사진제공 사랑의 이불
“꿈 잃지 말고 씩씩하게 자라요!” ‘사랑의 이불’ 대표 이줄리씨는 매년 한국의 고아들에게 사랑이 담긴 이불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6월 전남 광주영아원을 방문해 고아들과 어울린 이씨.-사진제공 사랑의 이불
비영리단체 ‘사랑의 이불’ 대표 이줄리(한국명 이상미·李相美·25)씨는 미국 보스턴에서 ‘한국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식 이불인 ‘퀼트’를 만들어 한국의 고아들에게 보내고 있다.

작은 천 조각(Patch)들을 이어 붙여 한 개의 완성품을 만드는 퀼트 이불 작업처럼 ‘사랑의 이불’은 작은 사랑을 모아 큰 사랑으로 연결하는 일을 한다. 지난해에는 광주의 한 영아원 원생 93명에게 퀼트 이불을 보내줬다. 올해는 8월까지 100명의 다른 한국 고아들에게 이불을 보낼 예정이다.

2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이씨가 ‘사랑의 이불’ 운동을 계획한 것은 2002년 9월. 한 교육센터에서 리더십 양성 코스를 수강할 때 ‘평소 아이디어의 실천’이란 숙제를 하다가 ‘고아를 돕는 일을 하겠다’는 어릴 때부터의 막연한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스무 살이 넘어 성인이 된 친구들이 아기 때부터 정들었던 이불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그 이불에는 어린 시절 추억이 담겨 있잖아요. 부모의 사랑은 받지 못해도 이불의 따뜻함은 기억할 것 같아 고아들에게 이불을 보내기로 했죠.”

이씨는 곧바로 뜻을 같이하는 동양계 친구 20명과 함께 ‘사랑의 이불’(www.patchesoflove.org)이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었다. 현재는 회원이 100명이 넘는다. 이들은 이웃으로부터 쓰던 이불 천이나 옷가지 등을 수집한 뒤 간단한 그림이나 글씨 디자인을 더해 길이 6.5인치 크기의 정사각형 조각천을 만든다. 이 조각천 12개를 이어 붙여야 이불 한 개를 완성할 수 있다. 솜이나 안감 등 기타 이불 재료는 후원자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구입한다. 5개 팀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이씨는 “올해 한국에 보낼 100명분의 이불을 만들기 위해선 1200개의 조각천이 필요한데 아직 200개 정도밖에 모으지 못했지만 힘이 드는 만큼 보람도 크기 때문에 열심히 뛰어 다닌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행사의 의미를 더하고,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한국 입양아 출신인 데일 가렌스트룸(18·올가을 미시간주립대 입학 예정)과 매트 데니(16·미시간 홀트고등학교) 등 입양 학생 4명이 이불 만들기의 주축을 맡도록 한 것. 입양 학생들은 천을 모으고 이불을 만들어 직접 전달하는 일을 진행한다. 입양 학생들은 한 달간 한국의 보육원에서 자원봉사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남을 돕는 단체로 남기 위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참여시키려고 합니다. 여러 사람이 하면 의미도 더 커지잖아요.”

2001년 5월 뉴욕 컬럼비아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올 8월 매사추세츠 메디컬스쿨에 입학한다. 소아과 의사가 돼 고아들을 무료로 진료해 주고 싶단다. 그만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물론 의대에 다니면서도 ‘사랑의 이불’ 활동은 계속할 계획이다. 이씨는 “의대생 학우들도 여기 참여시키겠다”고 말했다.

“현재 많은 분들이 기부금과 조각천을 보내주기는 합니다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한국에 갈 때 항공료도 만만치 않은데…. 한국에서도 관심 있는 분들이 도움을 주시면 더 의미 있는 행사로 발전할 것 같아요.”

아직은 미국인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지만 활동을 하다 보니 한국측 관계자의 도움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한다. 한국까지의 여행경비나 한국에 머무는 동안 활동을 지원해 줄 사람들을 찾고 있는데 아직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뜻 깊은 일이라 시작했는데…. 막상 일을 벌여놓고 보니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능력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많은 고아들이 사랑의 이불을 덮고 잘 수 있도록 할 거예요.”

보스턴=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이줄리씨는

△1979년 서울 출생

△1980년 미국으로 이민

△2001년 컬럼비아대 영문과 졸업

△2003년 비영리단체 ‘사랑의 이불 (Patches of Love)’ 설립

△2004년 8월 매사추세츠 메디컬 스쿨 입학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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