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현장]'새만금 심포지엄' 석연찮은 취소

  • 입력 2001년 2월 7일 19시 36분


새만금 간척사업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강행’을 염두에 둔 밀실행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7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해양수산부의 용역을 받아 열 예정이던 ‘새만금개발과 해양환경보존 심포지엄’이 갑자기 취소됐다. 이 심포지엄은 새만금 간척사업의 경제성 분석과 생태계 변화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었다.

주최측은 한달 이상 준비했으나 행사 5일 전 발표자들에게 갑자기 취소 사실을 통보해 관련자들이 ‘외압’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석연찮은 취소 사유〓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정욱원장은 “국무총리실이 사업 지속 여부를 발표할 시점이 멀지 않았는데 지금 논의를 꺼낸다는 것이 비생산적이라고 자체 판단해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초 예정된 주제도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한 득실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하더라도 환경 파괴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련자들의 이야기는 이원장의 해명과 너무 다르다.

주제 발표자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표희동박사는 “공사를 중단할 때 야기되는 예산 손실까지 감안해서 중단과 지속의 손익을 따지려 했다”고 말했다.

심포지엄 사회를 맡기로 했던 이정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2일 취소를 통보받았고 5일 표박사가 찾아와 미안하다며 ‘더 이상 묻지 말아달라’고 하더라”며 “사업을 강행하려는 쪽의 압력이 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행사 준비를 총괄했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최동현 환경안전연구실장은 이에 대해 “1월 초 심포지엄을 기획할 때 곧 정책결정이 날 줄 알았는데 결정이 늦어져 행사도 늦춘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총리실은 관계 부처에 1월 말까지 검토 의견을 제출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에 곧 결정이 날 것이라고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행정기관의 발빼기〓총리실은 심포지엄 취소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도 “개발원의 독자적 연구과제일 뿐”이라며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심포지엄은 해양수산부가 1억원을 들인 용역사업으로 4월까지 결과를 제출하게 되어 있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총리실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갯벌이 지닌 가치가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완곡한 사업 반대 의사를 표명한 적이 있고 이번 심포지엄은 해양수산부가 갯벌 보존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한 재조사 요구〓소관 부처인 총리실 수질개선기획단은 지난해 민관합동조사 이후 각 부처가 내놓은 사업 검토 보고서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무리한 재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간척사업 강행시 수질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낸 환경부는 인구밀도 등 조건을 달리해 보고서를 다시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미 현실에 적합한 연구를 마쳤는데 자꾸 새로운 가정을 덧붙여 검토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밀실행정〓시민단체들은 “새만금 간척사업 자체도 문제지만 정책결정과정의 비민주성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환경운동연합 양장일 환경조사국장은 “이번 행사 취소는 중앙정부가 결론을 낸 다음에 학자들이 구색을 맞추는 심포지엄을 개최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속 여부가 결정나지 않은 사업에 예산을 배정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밀실행정의 대표적 사례”라고 비난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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