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운전자들은 외국보다 한국에서 교통사고 위험을 4배 이상 체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경찰관의 공정함이나 청렴도, 친절함도 외국이 훨씬 우수한 것으로 평가하는 등 국내 운전 여건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으로 지적됐다.
손해보험협회가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를 통해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한국인 운전자 325명을 대상으로 교통법규 준수 및 운전문화에 대한 비교 평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개별 방문 면접을 통해 이뤄진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국내에서 운전하는 것이 힘든 이유로 교통시설이나 제도가 미흡한 것보다는 국내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준수 의식이 외국인 운전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4배 이상 높은 교통사고 위험〓운전을 하면서 교통사고 위험을 느낀 경험에 대한 위험성 체감도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94.8%가 국내에서 사고를 당할 뻔한 위협을 ‘느꼈다’고 대답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그 비율이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1.1%에 불과했다.
사고 위험성을 체감하는 이유로는 해외에서는 ‘지리나 운전방법 미숙’이 50.7%였지만 국내에서는 ‘운전자들의 법규 준수 미흡’이 78.6%나 차지, 국내 운전자들의 운전 습관이 주요한 사고 요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위반 항목도 장소에 따라〓운전자들이 위반한 교통법규 항목으로는 ‘규정속도 위반’이 국내(56.6%)와 해외(55.7%)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2위도 국내외 모두 ‘불법 주정차’로 과속과 불법 주정차가 운전자 국적을 불문하고 가장 많이 위반하는 교통법규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차선위반’ ‘끼어들기’ 등 차선 관련 항목은 국내에서 훨씬 많이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선위반’ 비율이 국내에서 19.4%인 반면 해외에서는 5.8%였다.
‘끼어들기’도 국내가 25.2%인데 반해 해외는 8.6%로 국내에서 훨씬 조급하게 운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음주단속은 OK, 처벌은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일반적인 처벌 강도에 대해서는 해외가 높다고 응답한 비율이 78.5%나 됐다. 국내는 40.6%에 그쳤다.
단속 강도도 해외가 강력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55.1%인 반면 국내는 48.9%에 불과했다.
하지만 음주단속은 예외였다. 해외(44.9%)보다 국내(65.8%)의 단속 방법이 훨씬 엄격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대신 처벌 강도는 해외(76.9%)가 국내(56.6%)보다 강력한 것으로 파악돼 국내에서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평가가 낮은 국내 교통경찰〓교통경찰에 대한 의견은 ‘업무수행의 공정함’ ‘신뢰감’ ‘청렴감’ 등 모든 분야에서 해외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수행의 공정함’ 분야에서는 해외가 95.4%인 반면 국내는 44.6%였다. ‘태도의 엄격함’도 해외는 95.4%, 국내는 51.7%였다.
‘청렴함’ ‘신뢰감’ ‘친절함’도 해외가 국내보다 2배 이상 높아 운전자들이 국내 교통경찰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학교 주변 어린이 교통시설(스쿨존·School Zone)은 크게 미흡〓이번 조사에서 스쿨존에 대한 평가는 국내외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졌다. ‘운행속도 준수’ 항목에서는 해외가 99.7%인 반면 국내는 17.5%였다.
신호기 등 교통시설물 설치 항목도 해외가 99.7%인데 비해 국내는 21.5%에 불과해 스쿨존에 대한 대대적인 시설투자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