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마산∼거제 국도 14번호선

  • 입력 2002년 7월 28일 19시 03분


경남 통영시 용남초등학교 부근에서 통영경찰서 직원이 과속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통영〓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경남 통영시 용남초등학교 부근에서 통영경찰서 직원이 과속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통영〓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봄비가 내린 5월 15일 오전 10시10분경 경남 고성군 마암면 보전리 동정신호대 근처 직선도로.

통영에서 마산으로 달리던 대형 탱크로리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철제 중앙분리대를 부수고 맞은편으로 넘어갔다. 탱크로리는 맞은편 차로를 달리던 박모씨(51)의 승합차를 덮쳐 박씨와 부인 등 일가족 3명이 숨졌다. 경찰은 사고 직후 이곳에 ‘대형사고 발생지점’ 경고표지판과 경보등 2개, 무인단속카메라 1대를 설치했다.

28일 오후 사고지역에서 경찰관이 과속 단속을 벌이고 있는데도 대형 트럭들의 질주는 여전했다. 굉음에 가까울 정도로 오디오를 켠 채 다른 차량 사이를 헤집으며 경주하듯이 달리는 승용차도 적지 않았다.

경남 마산시에서 고성군과 통영시를 거쳐 거제시에 이르는 국도 14호선(연장 130㎞). 왕복 4차로인 이 도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고다발구간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선형개량과 중앙분리대 설치, 경찰의 집중단속 등으로 교통사고가 크게 줄었다.

그러나 아직도 위험요소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부산과 중부경남 쪽에서 남해안 관광지로 통하는 유일한 도로인데다 교통량도 하루 3만대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때문. 또 도로 주변에 자연마을이 밀집해 있을 뿐만 아니라 급커브 구간도 적지 않다. 워낙 과속이 잦은 구간이다 보니 16곳에 무인단속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일부 ‘가짜’까지 치면 20개가 넘는다. 평균 6, 7㎞마다 1대씩 단속카메라가 있는 셈. 거제시 사등면 지석리에서 아주동 동문고개까지는 무려 5대의 무인단속카메라가 작동되고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지만 운전자들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준다”는 불평이 나올 정도.

99년의 경우 이 구간에서 85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92명이 숨졌다. 2000년에는 49명, 2001년에는 54명이 각각 사망했다. 올 상반기에는 17명이 숨졌다. 대부분 안전운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일어나는 사고다.

일부 구간의 경우 ‘위험’‘대형사고 많은 곳’‘80㎞ 이상 엄중 단속’ 등 경고판이 촘촘히 세워져 있지만 가로수에 가려 운전자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마산∼고성∼통영 구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평면교차로가 많은 것. “자연히 신호위반이 잦고 이는 보행자 사고로 직결된다”는 게 고성경찰서 박경열(朴敬烈) 경비교통과장의 설명이다. 또 일부 지역에만 지하통로가 설치돼 있어 농사철이면 경운기와 트랙터 등이 국도에 올라온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경남지부 김재식(金在植) 개발계장은 “차량의 원활한 소통과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지하통로와 입체교차로의 설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거제 구간은 거의 완벽하게 지하통로가 확보돼 있어 안전한 편이다.

고성군 회화면 삼덕리 고성터널∼마산시 진동면 동전리 동전터널까지의 18㎞ 구간은 국도 14호선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꼽힌다. 터널 전후방으로 경사와 굴곡이 심하고 급커브 지역도 많기 때문.

마산중부경찰서 조현수(趙顯秀) 교통지도계장은 “최근 동전터널 부근에서 보행자가 뺑소니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며 “2번 국도와 분리되는 국군마산병원 인근 임곡 3거리 주변도 사고위험이 큰 곳”이라고 말했다.

경남지방경찰청 김흥진(金興珍) 교통안전계장은 “선형개량과 중앙분리대 설치, 단속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운전자들의 의식이 달라져야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성〓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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