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佛 파리의 98년 월드컵 대책

  • 입력 2002년 4월 14일 18시 15분


《5월31일부터 서울 등 전국 10개 도시에서 2002년 한국-일본 월드컵 경기가 열린다. 이에 맞춰 동아일보 교통시리즈 취재팀은 과거 월드컵과 올림픽 등 국제대회를 개최했던 해외의 도시를 찾았다. 많은 관람객들이 몰리는 큰 대회를 준비했던 프랑스 파리, 호주 시드니, 일본 도쿄 등의 교통안전대책은 어떠했는지 앞으로 5회로 나누어 보도한다.》

프랑스에는 한 해 평균 6500만명의 외국 관광객이 찾는다. 수도 파리에만 약 3500만명이 방문한다.

파리 지역의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책임지는 파리대중교통공사(RATP)는 98년 6월 월드컵이 시작되면 관광객 수가 더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대 목표는 경기 관람객의 안전하고 원활한 이동. 그러려면 혼잡을 피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 RATP를 중심으로 한 파리 교통관리팀은 지하철 중심의 이동 및 접근, 서두르지 않는 경기장 입장과 퇴장, 그리고 지하철역내 승객수의 적절한 통제에 초점을 맞췄다.

▽철저한 지하철 중심〓98년 6월10일부터 파리에서 치러진 경기는 모두 15경기. 이 중 개막전과 결승전을 포함해 9경기가 파리 서북쪽 외곽의 생드니 경기장에서 열렸다. 경기당 관람객은 평균 6만여명. 이들이 승용차와 택시를 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였다. 총연장 324㎞, 16개 노선으로 파리를 꼼꼼히 연결하는 지하철은 안성맞춤이었다.

대회 6개월 전부터 지하철을 이용해 달라는 캠페인을 펼쳤다. 지하철 탑승권도 절반 가격으로 낮췄다. 총리 등 주요 인사들에게도 지하철을 이용하도록 부탁했다. 경기가 열리는 모든 도시의 지하철과 버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외국인대상 티켓(모비풋·mobifoot)을 만들어 개막 6개월 전부터 유럽 등지에 판매했다.

당시 RATP 교통관리 책임자였던 나딘 베르제(여)는 “대회 기간 중 347만여명의 교통이용객 중 263만명이 지하철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차분한 입장과 퇴장 유도〓97년 12월 개통된 13호선 생드니경기장역은 경기장에서 600m 떨어져 있다. 걸어서 약 10분 거리. 경기가 끝난 뒤 6만여 인파가 흥분을 가라앉히면서 천천히 빠져나올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거리를 둬 설계했다. 당연히 역과 경기장을 왕복하는 셔틀버스는 운행하지 않았다. 경기장과 지하철역 사이에는 각종 문화행사 등 볼거리를 곳곳에 배치해 역으로의 급격한 승객 유입을 막았다.

경기 종료 뒤에도 경기장 전광판에는 그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반복 방영해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퇴장하지 않도록 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안전요원들이 역으로 향하는 군중의 흐름을 수시로 차단했다.

▽역내 승객수 조절하기〓대회 기간 중 파리 시내 지하철(고속전철 및 국철 포함)은 총 912편을 증편했다. 이는 1일 기준 6%를 증편한 셈이었다.

특히 경기장으로 가는 편보다 시내로 돌아오는 편을 더 많이 배치해 관람객 해산에 초점을 맞췄다. 경기 종료 시간에 맞춰 배차 간격을 평소 6분에서 2분으로 줄였으며 지하철 10여편을 줄줄이 배치해 승객들이 차례차례 안전하게 타고 나갈 수 있도록 했다.

파리시의 목표는 6만여명의 관중을 40분 안에 분산시키는 것이었고 이 목표는 무리없이 달성됐다.

2003년 파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교통정책 총책임자인 RATP의 가르시아는 “아무리 큰 대회라 해도 흥분한 관람객들이 지하철역에서 투신자살을 하지 않는 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 소통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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