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교통선진국]볼보社 사고현장 연구자료로

  • 입력 2000년 12월 11일 20시 02분


기자가 교통시리즈 취재를 위해 스웨덴을 방문 중이던 10월 8일 예테보리시 근교 리스실의 왕복 2차로 국도에서 우연히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부슬비가 오는 날씨에 커브길을 달리던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차와 부딪힌 것이었다.

사고 현장은 농가 부근이어서 사고를 본 주민들이 달려와 경찰에 신고했다. 얼마 뒤 경찰차와 볼보사 사고 조사팀이 거의 동시에 나타나 사고현장을 조사했다.

이처럼 스웨덴에서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경찰과 자동차회사 사고조사반이 함께 출동한다. 볼보는 70년부터 교통사고조사팀(VTART)을 운영하고 있다.

볼보는 세계 최초로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해 장착한 뒤 66년 한해 동안 볼보차와 관련된 교통사고 현장에 모두 출동해 정밀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차량 안전도 향상에 반영한 결과 교통사고 부상이 50%나 감소했다.

아울러 사고시 차량과 승객에게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VTART를 발족시켰다.

볼보는 예테보리시를 중심으로 반경 100km 내에서 볼보차 관련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2, 3명의 조사팀이 한시간 이내에 출동한다. 본사 ‘비상상황본부’에는 15명의 교통사고 전문가가 24시간 대기하고 경찰도 교통사고 사실을 신속하게 통보해준다. 가능하면 볼보 조사팀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사고 차량을 옮기지 않고 기다려줄 정도다.

조사팀은 사고 현장 조사는 물론 사고담당 경찰관, 목격자, 차량 운전자와 승객 등을 인터뷰한다. 파손 차량은 볼보사 안전센터로 옮겨져 정밀 조사에 들어간다.

취합된 모든 정보는 안전센터, 디자인부서, 의료전문부서 등 3개 부서의 전문가들이 심층분석해 사고원인 등을 규명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가공하면 사고 유형에 따른 부상 정도 등을 모형화할 수 있어 자동차 안전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볼보 안전센터 크리스터 구스타프슨 선임연구원은 “조사팀은 한해에 1500건을 조사하는데 지금까지 처리한 교통사고는 2만8000건 4만여명에 달한다”며 “볼보의 안전도 명성은 실제 사고를 조사한 조사팀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독일의 벤츠사도 20명으로 구성된 VTART를 6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슈투트가르트시 인근 신델핑겐 공장을 중심으로 만하임, 하이델베르크, 바덴바덴 등 반경 100km 이내에서 벤츠차가 관련된 교통사고는 모두 현장에 출동해 조사한다. 특이한 사건은 아무리 먼 곳이라도 출동한다.

벤츠사가 현장 조사를 강조하는 이유는 교통사고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는 ‘현장보존’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 전문가에게 부서진 차는 ‘안전연구 교과서’다. 구조대가 사고차량을 옮기다가 차체를 변형시키면 잘못된 분석이 나올 수 있다.

벤츠사 로돌프 쉐네부르크 안전분석국장은 “조사팀은 차의 조정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알아내는 데 역점을 둔다”며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자동차를 6만5000조각으로 나눠 사고시 차체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등을 분석하면 시판 차는 물론 후속 모델 개발 때 안전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테보리(스웨덴)·슈투트가르트(독일)〓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이사)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특별취재팀〓오명철차장(이슈부 메트로팀·팀장) 이인철( 〃 ·교육팀) 송상근( 〃·환경복지팀) 서정보(문화부) 이종훈(국제부) 송진흡(이슈부 메트로팀) 신석호기자(사회부)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리젠트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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