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교육부 잦은 인사에 정책 난조

  • 입력 2001년 8월 23일 18시 58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97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다른 장관은 몰라도 교육부 장관은 나와 임기를 같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누누이 강조했지만 어느 장관보다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자주 교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부는 장관뿐만 아니라 국장 과장 등 실무 책임자들이 자주 바뀌어 업무의 연속성이 끊어지거나 업무 속도가 더뎌지는 등 효율적인 교육 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

▽툭하면 인사〓교육부가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인사 난맥상’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23일짜리 송자(宋梓) 전 장관을 비롯해 6명의 장관이 ‘양산’됐다. 이 때문에 올 1월29일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승격되면서 장관이 교체되자 “바꿔도 너무 바꾼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완상(韓完相) 부총리는 취임 당일 이돈희(李敦熙) 전 장관이 짠 인사안에 서명했다. 이전 장관이 유임될 것으로 보고 부 승격과 함께 새 출발을 위한 진용이었다. 한 부총리는 인사가 너무 늦춰져 조직이 겉돌고 있어 인사가 시급했으며 교육부 내부 사정을 잘 몰라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전임자의 ‘라인업’은 얼마 안 가 불협화음을 냈다. 부총리를 지근에서 모시는 비서실장이 석연찮은 이유로 3개월도 못돼 전격 교체됐다. 7월에는 대학지원국장 등 국장급 2명과 과장들이 자리를 옮겼다.

대학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지원국과 초중고교를 책임지는 학교정책실장은 교육부의 큰 축이다. 대학지원국장은 현 정부 들어 6명이 교체돼 평균 근무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고 학교정책실장도 5명이나 바뀌었다.

▽‘인사’를 위한 인사〓부처의 중추 역할을 하는 과장급 인사도 마찬가지. 교육부의 세입 세출과 인사를 총괄하는 총무과장, 국제교육협력과장은 6명이나 바뀌어 평균 근무기간이 6개월이었다.

교사 정책과 양성 등의 업무를 다루는 교원정책과장과 교원양성과장도 각각 6명이나 교체돼 역시 평균 6개월밖에 일하지 못했다. 대학행정지원과, 대학재정과, 지방교육기획과장은 7명씩이나 바뀌어 평균 5개월밖에 일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업무를 제대로 아는 국장이나 과장이 없다는 소리가 교육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책임자들이 부하 직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데만 며칠이 걸리고 실제 결재를 하면서 업무를 제대로 파악해 익숙해질 즈음이면 다른 자리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기대하기는 힘들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 전문성이 돋보이는 정책을 입안해 추진하기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한 교육감은 “정년단축으로 인한 교원부족 사태와 자립형 사립고 도입 과정의 논란 등도 이런 후유증의 하나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시도 교육청의 부교육감이나 국립대의 사무국장 등도 자주 바뀌어 해당 교육청과 대학에서 “해도 너무 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교육인적자원부 국장 과장의 근무기간▼

직 위지 급성 명근무기간
학교정책실장장학관박찬구 98.4.29∼98.6.30
임동권 98. 7. 1∼99.8.31
심광한 99.9.1∼00.2.29
김조영 00.3.1∼01.2.28
이상갑 01.3.1∼현재
대학지원국장이사관정상환 98.3.9∼99.6.3
김용현 99.6.4∼99.8.5
김영식 99.8.6∼00.7.4
이종서 00.7.5∼01.1.28
구관서 01.1.29∼01.715
서남수 01.7.16∼현재
교원정책과장서기관송수갑 98.3.9∼98.6.30
부이사관정연한 98.7.1∼99.9.10
부이사관김동욱 99.9.21∼00.8.31
부이사관김 철 00.9.6∼01.1.28
서기관김석현 01.1.31∼01.7.22
서기관이근우 01.7.23∼현재
대학재정과장서기관권진수 98.3.9∼98.9.15
서기관황인철 98.9.16∼99.2.18
부이사관강병운 99.2.19∼99.6.3
부이사관김홍진 99.6.4∼99.9.20
서기관곽현수 99.9.21∼99.12.23
서기관김석현 99.12.24∼01.1.30
서기관서용범 01.3.14∼현재

▼교육인적자원부장관 재임기간▼

  성 명재임기간
김영삼 정부오병문 93.2.26∼12.21(10개월)
김숙희 93.12.22∼95.5.11(1년5개월)
박영식 95.5.16∼12.20(7개월)
안병영 95.12.21∼97.8.5(1년8개월)
이명현 97.8.6∼98.3.2(7개월)
김대중 정부이해찬 98.3.3∼99.5.23(1년2개월)
김덕중 99.5.24∼2000.1.13(7개월)
문용린 2000.1.14∼8.6(7개월)
송 자 2000.8.7∼8.29(23일)
이돈희 2000.8.31∼2001.1.28(5개월)
한완상 2001.1.29∼현재

▽원인〓교육부는 “본부와 지방 교육청, 국립대 등으로 조직이 방대하고 정부 조직이 3, 4차례 개편되는 과정에서 자리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학담당국은 학술연구지원국, 고등교육지원국, 대학지원국 등으로 조직 개편에 따라 명칭이 바뀌어 일부 과를 합치거나 떼어내기도 했다. 여기에 김영삼 정부시절 공무원의 인사적체를 터 준다며 도입한 복수직급제도 잦은 인사를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승진이 되면 직급에 맞게 자리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인사가 업무의 연속성 효율성 전문성 등이 아닌 직급과 직책 위주로 진행되고 승진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직책이 있어 순환성 인사가 계속되는 한 이 같은 병폐는 고쳐지기 힘들다.

한 국장급 간부는 “최소 2∼3년간 한 직책을 맡아 꾸준히 일하지 않으면 교육정책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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