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해인사 大佛 "겉치레" "만시지탄" 야단

  • 입력 2001년 6월 8일 18시 45분


' 4일 해인사에서 열린 청동대불 봉안 기공식'
' 4일 해인사에서 열린 청동대불 봉안 기공식'
‘불교를 망치려는 작태다. 종단이 나서서 중지시켜야 한다.’

‘거룩하고 숭고한 뜻을 담은 창조적인 불사(佛事)로서 반드시 필요하다.’

해인사(주지 세민·世敏스님)가 4일 기공한 ‘세계 최대 규모’의 청동 대불(大佛) 건립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와 관련,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교계와 불자, 일반 대중의 의견을 잘 수렴해 원만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의견〓최근 해인사 홈페이지는 불상 건립을 비난하는 글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조계종과 경남도, 합천군 홈페이지에도 비슷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세계 최대의 불상 건립이라니요? 그저 창피할 따름입니다. 부처님이 살아 계신다면 뭐라고 하실까요”라고 반문했다. “외형을 앞세운 불사에 재정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그 돈으로 불우 이웃을 돕는 게 낫다”는 주장도 있다.

국가적으로도 여러 모로 어려운 시기에 위세를 과시하는 듯한 대형 불사는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의견도 있다. 그 어떤 겉치레 불사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과 수십점의 소중한 유물에 비견될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해인사는 국민 모두의 재산이어서 사찰측이 마음대로 불사를 해서는 곤란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대규모 역사에 따른 환경 훼손의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해인사 입장〓해인사측은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대불 조성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다”며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다. 우리 민족의 숙원인 평화와 통일을 향한 숭고한 뜻을 담았으며 한국 불교의 미래를 열어 갈 창조적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대형 불상뿐만 아니라 도서관과 수련원, 영상 포교실 등이 함께 건립돼 수행 공간이 없어 불편이 컸던 일반 신도와 방문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고 밝혔다.

또 기존의 학교 부지를 활용하는 만큼 환경 훼손은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해인사측은 “홈페이지에는 종파적 이해 관계 때문에 ‘순수하지 못한 의도’로 올린 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은 “한국 불교의 기둥이고 3대 사찰의 하나인 해인사에 청동 대불 건립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인사 덕운(德雲)총무스님은 “시주자의 뜻이기도 하지만 역대 큰스님들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라며 “불상 건립 등은 10여년 전 해인총림(海印總林)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라고 강행 의사를 밝혔다.

▽대불〓‘석가모니 좌상 청동 대불’은 해인사에서 1.5㎞ 가량 떨어진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구 해인초등학교 부지의 성보박물관 뒤편에 건립된다.

이 대불은 좌대 10m를 포함, 전체 높이가 43m에 달한다. 10층 건물보다 높다. 해인사측은 이 불상이 홍콩 난타오섬 보련선사(寶蓮禪寺)의 천단대불(天壇大佛)보다 전체적으로 9m 정도 높다고 밝혔다.

부대 사업비 등 모두 64억원이 들어가며 불상 제작 비용 55억원은 서울의 한 신도가 전액 시주했다. 2003년 완공 예정.

<합천〓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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