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대학생 학자금 대출 불티

  • 입력 2001년 3월 5일 18시 36분


최근 경기가 나빠지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기가 시들하던 대학생 학자금 융자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대출 신청이 급증하자 각 금융기관이 2학기용 학자금을 앞당겨 빌려주고 있어 2학기에는 학자금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5일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올 2월부터 국민은행 서울은행 농협 등 13개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하고 있는 대학생 학자금 융자실적을 집계한 결과 2일 현재 올해 융자금 배정액 4550억원 가운데 1학기분 2275억원의 85.7%인 1950억원이 대출됐다는 것.

그러나 각 금융기관의 대출에 필요한 추천서가 이미 동이 나 추천서를 받은 학생들이 모두 대출 신청을 할 경우 1학기분은 사실상 바닥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신청이 급증한 것은 보증인이 없을 경우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대출자격을 주는 등 대출절차가 간소화된데다 최근 경기가 나빠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9000억원을 융자할 계획이었으나 절반인 4547억원만 21만5000여명에게 대출되는 등 ‘실적’이 저조해 예산 과다책정으로 감사원 지적까지 받았지만 올해는 지난해 수준으로 책정한 학자금이 불티나게 나가고 있다.

국민은행은 1학기에 785억원을 대출할 계획이었으나 하루 평균 30억원씩 670억원이 3만명에게 이미 나간 상태이고 이달 중순경이면 대출 목표액을 초과할 것으로 보여 추가 대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민은행 본점 가계금융부 박오규(朴五圭)과장은 “당초 추천서 4만장을 준비했으나 요청이 한꺼번에 몰려 8000여장을 더 발행했고 하루 수십통씩 대출문의 전화가 오지만 거절하고 있는 상태”라며 “교육부에 추가 배정 요청을 했지만 어려운 점이 많아 2학기 대출용 중 100억원을 앞당겨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택은행은 630억원을 배정했으나 모자라 2학기용 융자금 중 92억원(14.6%)을 앞당겨 빌려주는 등 722억원을 대출한 상태다.

또 △조흥은행 74억원 △서울은행 25억원 △광주은행 13억원 등 7개 은행이 2학기분 255억원을 앞당겨 빌려줬고 농어민을 대상으로 한 농협의 학자금 융자만 450억원 중 44억원이 대출되는데 그쳐 저조한 실정이다.

K대 서모씨(3년)는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친척을 보증인으로 세우고 등록금을 빌렸다”며 “친구들 중에도 등록금 문제로 고민하다 휴학하고 군입대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1인당 최고 220만원까지 연리 10.5%로 빌려주는 대학생 학자금 융자제도는 정부가 이자 4.75%를 보전해주는 대신 학생 본인은 5.75%만 내면 되고 7년까지 분할상환이 가능하다.

교육부 김화진(金華鎭)대학행정지원과장은 “대출 요청이 예상을 웃돌고 있기 때문에 서민보호 대책 차원에서 추가로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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