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광우병사태 전문가진단 "정부 늑장대처가 문제 키워"

  • 입력 2001년 2월 6일 18시 28분


광우병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광우병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음식물찌꺼기의 경우 우리나라 농가에서는 옛날부터 돼지에게 먹이고 남긴 것을 소에게도 먹이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광우병이 발생한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교수는 “음식물찌꺼기 자체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혹시라도 광우병 관련 변형 단백질(프리온)에 오염된 동물성 단백질이 섞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소 양 염소 사슴 등 반추(되새김질)동물에게 먹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발생가능성 높지않아▼

한림대 의대 김용선 교수는 “양이나 염소 등 초식동물에게는 자연발생적인 TSE(광우병과 양의 스크래피, 인간 광우병 등의 통칭)가 나타난다. 그러나 한국인은 옛날부터 소 등골 등을 먹었지만 광우병과 관련이 있다는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코브병(vCJD)은 보고되지 않았다. 또 영국에서는 양 500마리당 1마리 꼴로 스크래피가 나타나지만 양고기를 즐겨 먹는 영국인이 이것 때문에 광우병에 걸린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종(種)의 장벽’을 넘어 병이 전파되기는 어렵다는 것.

▽‘인간 광우병’ 발생 가능성 희박〓서울대 수의대 박용호 교수는 “양과 소는 프리온 구조가 비슷해 감염된 양의 부산물을 먹은 소가 광우병에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와 사람의 프리온은 무려 30군데 이상 구조가 달라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96∼99년 농촌진흥청 지원으로 ‘광우병 진단 개발’을 연구했다. 중앙대 의대 최철순 교수도 “사람에게 이 병이 나타날 가능성은 100만분의 1로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방심 금물 경로 차단해야▼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는 “3년간 2만6688마리에 대해 임상관찰을 하고 연간 200마리에 대해서는 정밀검사를 했으나 국내 소에서는 광우병 증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방심은 금물〓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책을 제대로 실천하면 안심해도 된다고 강조한다. 이번 사태도 정부의 안이한 대처 때문에 비롯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96년 학계 경고 무시▼

96년부터 영국에서 광우병으로 연간 수십만 마리의 소를 폐기 처분할 때 국내 전문가들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으나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광우병 전문가인 A교수는 “당시 학계에서 육골분이나 화장품 등 관련 제품을 수입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정부는 불안감만 조성한다며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농림부는 “국내에는 동물성 사료가 수입되지 않는다”고 거짓해명까지 했다고 말했다. 또 광우병의 원인은 특수 단백질이기 때문에 전문연구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의했으나 국내에는 광우병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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