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여직원 '성희롱 실습' 물의…병영서 서비스교육

  • 입력 2001년 1월 8일 18시 25분


한 중견 의류업체 남자 간부들이 ‘직원 병영체험’교육에서 자사 여직원들에게 ‘싱싱한 아가씨’라는 등의 표현을 한데 대해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위원장 백경남·白京男)가 이를 ‘성희롱’으로 규정, 지난달 29일 시정권고 조치를 내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중견 의류유통업체 E사는 지난해 5∼7월 병영체험을 통해 판매직 여직원들의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으로 회사가 운영하는 할인점의 여직원 182명에게 ‘전방체험 실습’을 실시했다.

교육에 참가한 여직원들은 “남자 간부들이 ‘군인들 사이사이에 끼여 앉아라’ ‘마음에 든 군인에게 연락처를 알려줘라’는 등의 성희롱에 해당하는 발언을 했다”며 지난해 8월 한 여성단체에 제보했으며 이 단체가 여성특위에 고발했다.

이들에 따르면 간부들은 이밖에도 식사시간에 여직원들이 쌈을 싸서 군인들의 입에 넣어주도록 하거나 여직원들이 군인들과 짝을 지어 산책하도록 하는 등 여러 ‘서비스’를 강요했다는 것.

행사에 참가했던 한 여직원은 “모 남자차장이 인사말을 통해 ‘다음에는 우리 싱싱한 아가씨들을 군인 숫자만큼 맞춰서 오겠다’고 했다”며 “내가 현대판 군 위안부가 된 듯해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E사는 이 기간에 남성직원들에 대해서는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

여성특위 이상희(李象熙)조사관은 “이번 사건은 직장에서 흔히 일어나는 개인 대 개인간의 성희롱이 아니라 회사조직 차원에서 일어난 성희롱”이라며 “E사에 대해 공개사과와 성희롱 예방프로그램 강화 등의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E사 관계자는 “당시 교육이 끝난 뒤 참석했던 여직원 대부분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며 “최근 회사내 비정규직 사원들이 하고 있는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직원들이 이 사건을 경영진 압박수단으로 사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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