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점자블록 믿다간 충돌사고 당하기 십상"

  • 입력 1999년 9월 5일 18시 45분


최근 분당신도시(경기 성남시)에서 공공근로사업의 일환으로 횡단보도 앞 점자블록 보수작업을 하던 이모씨(45)는 깜짝 놀랐다. 400여곳의 횡단보도 가운데 300여 곳의 점자블록이 모두 엉망으로 설치돼 있었기 때문.

점자블록은 일단 멈춰서라는 의미의 ‘점형블록’과 계속 가라는 의미의 ‘유도블록’으로 나뉜다. 그런데 분당신도시 대부분의 횡단보도 앞에는 계속 가라는 의미의 유도블록이 깔려있었던 것.

또 점형블록의 방향도 엉뚱하게 횡단보도 쪽 대신 도로 한복판으로 설치된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특히 여수동 삼거리에서 금곡교까지 이어지는 성남대로의 횡단보도 56곳 가운데 제대로 점자블록이 설치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이씨는 “10년전 신도시를 건설할 때 점형블록과 유도블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닥치는대로 설치한 것 같다”며 “점자블록대로 따라가다가는 사고당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2억원의 예산을 들여 광화문 일대에 조성한 장애인통행개선 시범사업지역의 점자블럭도 제대로 안돼 있기는 분당과 마찬가지였다.

시각장애인 김모씨(38)는 “시각장애인 가운데 점자블록을 따라 길을 걷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점자블록만 따라가다 보면 꼭 충돌사고가 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부실한 점자블록도 그나마 깔려있지 않은 곳이 태반이다.

건설교통부가 올 3월부터 2개월간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점자블럭은 설치의무지역 가운데 26.3%에만 설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여준민(余俊旻)간사는 “점자블록을 대폭 확충한다고 해도 제대로 설치하지 않으면 없는 것보다 못하다”며 “시공 못지 않게 사후관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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