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도로서 잃는 어린생명 한달 63명

  • 입력 1999년 3월 14일 18시 37분


일선 초등학교의 어린이 교통안전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11일 오전 서울 강동구의 한 초등학교. TV모니터를 통해 1학년 학생들이 교통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담당 교사가 그림카드를 보여주며 안전한 횡단보도 건너기 등을 열심히 설명했지만 아이들은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같은 시청각 교육방식은 교과서 위주의 안전지도가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1년전에 도입한 것. 그러나 교사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교육시간도 충분하지 않아 여전히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니터를 통한 ‘일방적인 교육’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궁금한 것이 있어도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고 따라서 교육효과가 떨어진다는 것.

지난해 8월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 전국 28개 초등학교 교사 8백40명을 대상으로 교통안전교육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의신호등이나 모의횡단보도 등을 이용해 체험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는 16.6%에 불과했다.

교사들은 또 교통안전교육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학생용 교통안전 프로그램 부재(25.7%) △교재와 교재도구의 부족(22.7%) △교사용 교통안전지도 프로그램 부재(17.8%) 등을 꼽았다.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교통안전교육을 위한 별도의 수업시간을 배정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특별활동시간 등을 이용해 간헐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을 뿐이다.

어린이 교통사고는 93년부터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97년 한해동안 14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7백53명으로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1만1천6백3명)의 6.5%를 차지했다. 이는 일본(3.6%)에 비해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어린이 교통사고의 약 70%는 횡단보도나 그 부근의 길을 건너다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전문가들은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린이의 보행특성을 고려해 어린이가 보다 여유있게 건널 수 있도록 학교주변 신호등의 신호 주기를 오래 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어린이 자신이 체험교육을 통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학습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송파구 어린이 교통공원에 설치된 교통안전학습시설이나 최근 노원구 달맞이공원에 설치된 어린이교통공원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김경옥(金敬玉)수석연구원은 “어린이들은 이론적으로는 안전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실제 행동에 나설때는 안전하게 행동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결국 체험교육을 통해 사고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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