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전문가 의견]「보행자위주 교통문화」배우자

  • 입력 1998년 12월 6일 19시 59분


프랑스에서 교통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새삼스럽게 느낀 점은 우리나라의 교통정책을 비롯한 모든 정책이 대부분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 미국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사실상 아메리칸 스탠더드지만 ‘교통’이나 ‘삶의 질’ 측면에서 우리가 따라가야 할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프랑스 영국 이태리 등 유럽이라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특히 교통문제에 있어서는 미국보다 유럽의 제도나 문화에서 배울 것이 많다.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다는 공통점 때문일 것이다. 전통도시에서 현대도시로 발전해온 유럽의 도시들은 도로가 좁고 보행자가 많기 때문에 교통문화나 정책이 철저하게 보행자 위주로 돼 있다.

프랑스의 경우 일방통행제와 홀짝제 주차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파리시 주택가 진입도로는 대부분 일방통행 도로다. 이 때문에 이면도로에서 차가 막혀 꼼짝 못하는 일은 거의 없다.

또 이면도로에서는 홀수달에는 홀수번지 주민이 보도위에 주차하고 짝수번지 주민은 통행에 지장이 없도록 개구리 주차를 하거나 다른 곳에 주차를 한다. 물론 짝수달에는 그 반대다.

파리의 신호등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횡단보도 직전의 차량정지선과 비슷한 위치에 신호등이 설치돼 있다. 만일 정지선을 지나쳐 정차하면 운전자가 신호등을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단속을 하지 않아도 차가 횡단보도 정지선을 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홍세화씨가 그의 책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에서 강조한 ‘똘레랑스(관용정신)’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관용의 정신이 없이는 바람직한 교통문화를 만들어갈 수 없다.

황상규(교통개발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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