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황상구]탐구력 키울 자연사박물관 세워야

  • 입력 2004년 10월 11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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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로는 탐구과학을 떠들지만 탐구를 통한 과학의 정체성을 제대로 교육하지도, 받지도 못해 왔다. 그 결과 우리 과학의 자생력이 위협받고 있다.

오늘날 선진국의 과학은 근본적으로 자연사와 결합된 탐구력이 밑바탕이 됐기에 발전할 수 있었다. 가까운 일본은 거의 모든 현마다 중심부에 자연사박물관이 건립돼 있어 지역주민들의 쉼터이자 자연탐구학습장으로 애용되고 있다.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들어와서 그 아이에게 박물관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인근 주민도 있고, 멀리 지방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학습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 유아에게는 전시물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거니와, 보인다 하더라도 이를 이해할 능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부모들은 유아 시절부터 자식에게 자연탐구의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애쓴다. 일본이 최근 연이어 노벨상을 수상한 것도 그런 분위기가 뿌리내린 덕분일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국립 자연사박물관조차 없다. 당국의 관심도가 이 지경이니 어찌 과학 입국을 말할 수 있으며 과학 강국, 나아가 경제 강국이 될 수 있겠는가. 어린이들이 자연을 탐구할 현장학습의 기회가 없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다. 과학적인 사고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자연을 접하고, 탐구해 봐야 길러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즘 희망이 하나둘씩 보이고 있어 흐뭇하다.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에 자연사박물관이 문을 열었고 제주 북제주군에서도 100만여평의 돌 문화공원을 조성하면서 대대적인 화산박물관을 건립 중이다. 그 외에도 전국 방방곡곡에 자연사박물관이 그 지방의 특성에 맞게 건립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요즘 분야별 노벨상 수상자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의 대부분은 시험성적이 좋은 사람들이 아니라, 과학과 친숙한 생활습관을 갖춘 탐구자들이라는 점을 되새기자.

황상구 안동대 지질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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