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박재완]‘학생 집단 종합검진’ 도움 안된다

  • 입력 2004년 9월 23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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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학교보건법 개정 법률안 가운데 학교 집단 건강검진 관련 조항은 문제가 있다. 각종 만성·퇴행성 질환의 조기발견과 치료를 위해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교 1학년까지의 학생들에 대해 3년마다 종합검진기관에서 정기검진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 요지다. 취지는 좋으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듯하다. 또한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불러올 소지가 크다.

과거에 비해 청소년들의 성인병 발생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질병이 반드시 ‘만성’이나 ‘퇴행성’ 질환을 의미하진 않는다. 소아와 청소년 시기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왕성하게 성장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일률적 검사보다는 지속적이고 자세한 검사가 필요하다. 단순히 몇 가지 혈액검사나 흉부 방사선 검사와 같은 형식적인 검사를 3년마다 전체 학생들에게 시행하는 것은 국가예산과 학부모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성인병 검진이나 기업체의 신체검사도 제대로 된 문진과 진찰이 이뤄지지 않아 ‘수박 겉핥기’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성인 검진도 이러한데 학생들에게까지 이런 형식적인 신체검사를 일괄 실시하겠다고 법을 만드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자라나는 2세들의 건강검진이 제대로 이뤄지기를 바란다면 청소년 건강관련 전문의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선진국처럼 학생들의 건강을 어릴 때부터 돌보아 온 지역 의사에게 상담을 받도록 하고 결과를 학교에 제출케 하는 것이다. 상담 결과 필요한 학생들에게만 더 자세한 검진을 받게 한다면 비용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그렇게 해야 의료전달 체계 역시 제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국회는 소아와 청소년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고 의료전달 체계도 공고히 하는 학교보건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박재완 소아과 전문의·서울 강서구 방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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