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미현/아이에겐 ‘전학’도 상처인데…

  • 입력 2004년 3월 31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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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가방과 신발주머니를 달랑거리며 길을 건너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지금은 중학생이 된 딸아이에 대한 옛기억이 떠올랐다.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였다. 내 아이가 ‘왕따’라도 당하면 어떻게 하나, 선생님이 우리 아이에게 지나친 체벌을 하면 어쩌나, 공부는 잘 따라갈지 등 몸살이 날 정도로 노심초사했다.

어느 날 아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귀가했다. 같은 반 남학생이 돈을 가져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안 가져오면 집으로 찾아간다고 협박했다는 말에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나서야 되겠다는 마음에 학교로 찾아갔다. 수업이 끝난 뒤 선생님을 만났다.

“저기요. ○○○가 우리 애 보고 글쎄 돈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네요.”

“뭐, 그만한 일로 오시기까지, 전화만 하셔도 되는데요.”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대답한 선생님은 그 남학생을 불러내 바로 따귀를 올려붙였다. ‘철썩’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내가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학생이 무심코 내뱉은 말을 우리 아이가 과장되게 해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날 이후 우리 아이가 무슨 문제를 안고 돌아오면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하게 됐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저런 일로 학교에 찾아가면 비슷한 고민을 가진 학부모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때리지 않아도 될 텐데 선생님이 아이를 체벌했다든지, 같은 반 친구에게 맞았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상당수 학부모가 그 해법을 ‘전학’에서 찾는다. 그러나 전학은 최후수단이어야 한다. 그렇게 결정하기에 앞서 상황을 충분히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런 노력 없이 전학을 결정하는 것은 일시적인 현실도피일 뿐이다.

김미현 주부·대전 동구 가양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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