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황선주/‘추억속의 감지해안’ 돌려주세요

  • 입력 2004년 2월 26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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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개월짜리 늦둥이에게 첫 기차여행을 시킬 겸해서 가족과 함께 대구발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태종대 입구 감지해안. 추억 속의 조약돌을 다시 보고 싶었으나 막상 도착해서 본 해안은 27개의 요란한 불법 포장술집 차지였다.

불법영업으로 인해 해안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고 오물이 마구 나뒹구는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오수를 흘려보내기 위해 바다로 이어진 시퍼렇고 큰 비닐관이 보기 흉하게 해안을 점유하고 있었다. 바다가 오염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였다.

아름답고 깨끗한 조약돌이 펼쳐졌던 감지해안은 이제 없었다. 단지 술을 마시고 취하며 즐기기 위한 공간의 일부로만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낮인데도 포장술집에서 내다놓은 의자며 자리들로 인해 해안은 온통 위락공간이 돼 버렸다.

해안가를 파 봤다. 각종 오물과 깨진 병들이 뒤섞여 있었다. 바다를 사유화해 개인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쓰고 있건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듯했다.

어이가 없어 담당공무원들에게 전화를 넣었지만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불법이긴 하지만 민원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는 말뿐이었다. 이동식 포장마차도 아니고 붙박이로 지어진 불법건축물을 단속할 수 없다니…. 그토록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던 해안이 ‘다시 찾고 싶지 않은 곳’으로 변했건만 그들은 ‘별것 다 갖고 그런다’는 식의 반응이었다. 공무원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건지 묻고 싶었다.

자연은 누구의 소유일 수도 없다. 편리함과 효율성의 수단이어서도 안 된다. 후손들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자연을 물려주어야 하기에 말이다.

추억에 남을 기차여행을 그리며 보낸 하루가 참담함으로 끝났다.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상처를 입은 해안만큼이나 가슴이 아려왔다.

황선주 고교 교사·웹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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