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송학선/세 살 충치 여든 간다

  • 입력 2004년 2월 18일 19시 14분


코멘트
“아니, 이렇게 되도록 아이 입 안을 한 번도 들여다보시지 않았단 말입니까?”

세 살 된 아이의 이는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썩어 있었다. 엄마가 젖병에 주스와 유산균 음료를 넣어 물려 재운 탓이다. 아파하는 아이 앞에서 엄마는 속이 상한 데다 치과 의사에게 야단까지 맞고 울먹이고 있다.

요즘 치과에 가면 방학 동안 미뤘던 구강 상태를 점검할 겸 충치 치료를 받으러 온 어린 환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이를 뽑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경우가 많다.

대개 부모들은 얼굴빛이나 배설물 등 눈에 보이는 것에서 아이의 건강 상태를 살피곤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입 안은 잘 모르고 있다가 아이가 고통을 호소해야만 치과를 찾는 경향이 있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젖니(乳齒)가 썩어버리면 영구치가 잘못 나오고 평생을 충치와 싸워야 한다. 특히 생후 19∼33개월의 기간에 충치가 있느냐 없느냐가 평생 치아 건강을 결정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의 입 안을 자주 들여다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아는 구강 건강 외에도 두뇌 발달이나 발음, 얼굴 형태 등과도 관계가 있다.

충치균은 엄마 입에서 아이에게 감염된다는 보고도 있다. 고무젖꼭지가 막혀 엄마가 빨아서 뚫어줄 때, 이유식 등을 엄마가 맛볼 때, 아기의 컵을 같이 사용할 때, 아이와 입 맞출 때 등 일상생활에서 아이의 치아가 충치균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충치가 부모에게서 옮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생활습관을 고치면 그만큼 아기가 충치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 단 간식거리를 피하고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며, 칫솔질을 올바르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

우리 모두 아이와 가족의 입 안을 한번 들여다보자.

송학선 충치예방연구회 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