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설지인/대학생 해외 현장학습 지원을

  • 입력 2004년 1월 27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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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지인
지난해 여름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계절수업을 들을 때였다. 르완다 내전에 관한 토론 도중 담당교수의 학창 시절 경험담을 듣게 됐다.

내전이 시작되기 전인 1990년대 초, 당시 로스쿨에 재학 중이던 그 교수는 현지 자료를 찾아 공부하려고 친구와 함께 르완다를 방문했다고 한다. 미국의 대학들에는 이 같은 현지연구(field study) 제도가 정착돼 있어 연구비용의 상당부분을 학교에서 지원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학생들이 제안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지원을 결정하는 형식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 참가했다. 유럽이나 북미에서 온 학생들 상당수가 회의 참가비용을 학교 기업 대사관 등에서 지원받았다고 했다. 조금만 노력하면 연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그들의 환경과 여건이 참 부러웠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모의 유엔대회에 참가했던 한 친구도 자신은 비용 전액을 스스로 부담한 데 반해 다른 나라의 참가자 대부분은 기업이나 대사관에서 지원을 받아 왔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오늘날 지식역량은 과거와 다르다. 교실 공부뿐 아니라 다양한 현장 체험이 필수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 젊은이들의 현장 활동에 대한 지원에 인색하다.

얼마 전 필자가 활동 중인 대학 학술 동아리는 2박3일 일정으로 학술 포럼을 개최했다. 학생들만의 힘으로 행사를 준비하려니 관련 행정업무며 스폰서 구하기까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요즘 대학생들에 대해 “지나치게 이기적이다” “가볍다”는 등의 비판이 있는 줄 안다. 하지만 나름대로 무언가를 일궈내려는 노력을 하는 학생도 많다. 그런 노력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아쉽다.

설지인 서울대 외교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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