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워 시프트]<2> 중국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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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욕구… 反中 정서… 시진핑, 안팎 험로 예고

《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 경제무대에서 발언권이 커지고 2010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유럽과 미국이 재정위기와 경기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올해 중국 경제는 8∼9%의 양호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중국이지만 정작 안팎에서는 ‘분노’가 끓고 있다. 빈부격차와 잡히지 않는 부정부패, 그리고 낮은 민주화 등으로 이글거리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은 고립되고 있다. 뜨겁던 ‘베이징 컨센서스(중국식 경제 발전 모델)’에 대한 관심은 어느새 쑥 들어갔다. 영토 문제 등 주변국과의 다양한 갈등에서 보인 패권주의적 성향, 글로벌 위기에 공동 대응하지 않는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 등에서 중국의 한계가 나타난 것이다. 올해는 중국인들이 큰일이 많이 생긴다고 믿는 ‘용의 해’이다. 권력 교체기까지 겹치면서 중국은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게 새해를 맞고 있다. 》
○ 정부에 화를 내는 중국 인민들

중국 사회 내 분노는 젊은층의 전유물이 아니며 세대를 가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23일 발생한 원저우(溫州) 고속철 추돌 사고는 중년층의 분노가 본격 표출한 대표적 사건이다. 베이징(北京)의 40대 초반 쉬(徐)모 씨는 “원저우 사건은 인명을 경시하는 처리 과정 등 어느 모로 보나 후진국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며 분노했다.

당시 지식인들은 앞다퉈 정확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급히 현장을 찾았다. 불공평에 따른 마음의 상처, 투명성에 대한 갈망, 변혁에의 기대 등이 이 사건을 통해 표출됐다고 중국 언론은 분석한다. ‘펀중(憤中·분노한 중년)’의 실체를 확인한 사건이다.

청년층의 분노(펀칭·憤靑)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평생 벌어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없을 만큼 치솟은 부동산 가격에 대한 분노가 가장 크며, 자신들의 처지를 ‘집의 노예(房奴)’라고 자조한다. 가진 것 없이 결혼할 수밖에 없는 풍조를 비꼬는 ‘벌거벗은 결혼(裸婚)’도 젊은 세대의 분노를 상징한다.

노년층의 분노를 뜻하는 ‘펀라오(憤老)’도 있다. 젊은 시절 중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영예를 한 몸에 받았던 위안웨이민(袁偉民·73) 씨는 ‘위안웨이민과 체육계의 풍운’이란 책을 통해 올림픽 유치 신청 때 체육계 내부의 발목 잡기 등 평생 몸담았던 체육계 내의 추한 이야기들을 폭로했다.

시진핑 국가부주석
시진핑 국가부주석
중국인들의 분노는 확대되는 빈부격차 도농격차 지역격차 등 3대 격차와 부정부패가 주요 원인이다. 지니계수는 1979년 0.2 정도였으나 2000년에는 위험 수위인 0.4를 넘었고 2010년에는 0.5도 넘었다. 2011년은 0.55로 예상된다. 지니계수 0은 완전평등, 1이면 완전불평등을 뜻한다. 정부가 화해사회를 외쳐왔지만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런 판국에 밑바닥 곳곳에 만연한 부정부패는 사회갈등 폭발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군중 시위도 폭증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시위 통계는 거의 발표되지 않지만 시위는 계속 늘고 있고 점점 △반정부 성향 △도시에서 발생 △폭력 사용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게 서방 언론의 분석이다.

○ 안팎으로 고독한 G2


홍콩 언론은 중국의 대외환경을 ‘사면초가’라고 표현했다. 외교적으로 최근 1년 반 동안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9월 중국은 일본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분쟁을 벌였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금지 등을 통해 일본을 굴복시켰지만 역풍도 불렀다. 중국에 대한 견제 분위기가 높아지면서 ‘고독한 G2’로 외톨이가 되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이 오래 공을 들여온 아프리카 중동에서도 반중 정서가 퍼지고 있다. 내정불간섭이라는 미명 아래 독재국가를 지원해 온 중국의 외교정책은 지난해 재스민 바람에 곳곳에서 구멍이 뚫렸다.

최근 중국 외교에 비상벨을 울린 국가는 북한 파키스탄과 함께 중국의 3대 맹방으로 불리는 미얀마다. 중국은 약 50년간 미얀마의 군사독재 정권에 든든한 우군이자 후견국가였다. 하지만 미얀마는 지난해 3월 민선 정부가 출범한 이후 중국과 함께 진행해 오던 수력발전소 건설공사를 돌연 중단하고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의 맞수인 미국의 국무장관을 불러들였다.

○ 험난한 5세대 지도부의 앞길

올해 최고지도부가 교체되는 중국의 내부 과제도 만만찮다. 경제 성장 방식을 수출에서 내수로 전환하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발 위기가 중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10월 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출범하는 5세대 지도부에게 이 같은 사면초가 상황은 상당한 위기의식을 안겨주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자리를 물려받을 것이 확실시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를 이을 것으로 보이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 등이 어떤 비전과 정책을 통해 이를 극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시진핑 체제는 후진타오 체제에 비해 권력 장악력이 한층 약할 것으로 보인다. 절대 권력을 휘두른 마오쩌둥(毛澤東) 이후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를 거치면서 중국 최고 권력은 지속적으로 분산되고 균점돼 왔다. 중국은 정치국 상무위원 간의 합의에 따라 통치되고 이런 권력 분점 추세는 시진핑 시대에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지도부가 급격한 정책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은 작다. 국내적으로는 2015년까지 추진 중인 수출에서 내수로의 경제 성장 방식 전환과 사회갈등을 완화하는 민생 개혁 등이 주요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안보정책도 최근 급격히 불거진 반중 정서 확산을 차단하면서 ‘도광양회(韜光養晦·재주를 감추고 실력을 기른다)’ 원칙 아래 평화 굴기(굴起·우뚝 일어섬)의 길을 계속 모색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이런 정책이 내적 외적 갈등이 크게 증폭돼 분출되는 시기를 맞아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느냐는 점이다. 시 부주석은 ‘성격이 온화하고 침착해 적이 없는’ 성격으로 갈등을 조정해 화합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어떻게 중국을 이끌지 주목된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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