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90은 아직도 청춘’임을 온몸으로 보여 주는 두 사람. 이들을 모르는 일본인은 거의 없다. 늙음이 반드시 쇠약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현역 활동을 계속하는 두 사람은 외모도 20년 이상 젊어 보인다. 이들의 노익장에 갈채를 보내며 사람들은 ‘희망’을 얻는다. 노력하기에 따라 노년의 삶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 말이다.
▽86세 여배우=모리 미쓰코(森光子) 씨가 주연하는 연극 ‘방랑기’가 4일 공연 1800회를 돌파했다. 한 여성 작가의 반평생을 그린 내용으로, 1961년 초연 이래 ‘같은 작품, 같은 주연’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그 사이 상대 남자 배우는 숱하게 바뀌었다.
지금도 청순함과 귀여움을 간직한 이 할머니 배우의 이날 공연은 모든 일본 신문의 주요 면에 보도됐다. 9, 10월 공연을 끝내면 상연 횟수는 1858회가 돼 ‘2000회 금자탑’이 가시권에 들어온다. 도쿄 공연은 데이코쿠(帝國)극장의 1900석이 8월 초 매진됐다.
극중에서 모리 씨는 젊은 시절의 주인공이 재주넘기를 하는 동작을 요즘도 너끈하게 해 낸다. 이를 위해 매일 150회씩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한다고.
무려 40여 년간 같은 역을 연기하면서도 신선함을 잃지 않는 비결은 대사를 ‘외우지’ 않는 것. 그때그때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오는 대로 극을 이끌어 간다. 지금도 신세대 대중가수의 콘서트를 보러 다니는 등 호기심도 여전히 왕성하다.
▽94세 내과의사=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세이로카 국제병원 이사장은 현역 내과의사다. 환자를 보는 틈틈이 매주 아사히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는 등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이렇게 펴낸 저서가 250권. 한국에도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강법’ ‘죽음을 어떻게 살 것인가’ 등이 소개돼 있다.
오랜 세월 전국의 초등학교를 찾아다니며 전쟁 체험담을 통해 ‘생명’의 존귀함을 강의해 왔다. 그 공로로 최근 국가가 수여하는 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노인일수록 욕심은 버리되 희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라고 역설한다. 2000년 가을에는 ‘신노인회 운동’을 제창해 회장을 맡고 있다. 가입 자격은 75세 이상의 건강한 노인. 70대 초반까지는 ‘노인’이라 불릴 자격도 없다는 것. 신노인회는 문화나 스포츠 교류를 하고 전쟁 체험을 후대에 전하는 활동도 벌인다. 8월 현재 전국에 17개 지부, 4600여 회원이 있다.
하루 섭취량을 1300Cal로 제한하는 소식(小食)과 쉴 새 없는 활동이 건강 비결. 지금도 웬만한 층은 계단으로 오르내린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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