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요커]맨해튼은 ‘세입자 귀족’ 천국

  • 입력 2006년 6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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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라 에프런 씨가 1500달러의 월세를 내고 살았던 뉴욕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 아프소프 전경. 사진 출처 무비즈
작가 노라 에프런 씨가 1500달러의 월세를 내고 살았던 뉴욕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 아프소프 전경. 사진 출처 무비즈
미국 뉴욕 맨해튼은 전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지역. 센트럴파크 주변엔 500만 달러(약 47억5000만 원)가 넘는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에서 ‘상상 이하로 저렴한 셋집’이 공개돼 뉴요커들이 경악하는 일이 발생했다.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노라 에프런(여) 씨는 주간지인 뉴요커 최근호(5일자)에 자신이 25년 넘게 살다 떠나온 아파트와의 인연에 대해 기고했다.

그가 살았던 집은 고급 주택가 밀집지역인 79번가에 있는 아파트로 방이 8개. 그런데 월세가 충격적이었다. 그는 최근까지 1500달러의 월세를 냈다.

이 정도 아파트라면 월세가 1만 달러는 넘어야 하는 것이 정상. 그렇다면 세계 자본주의의 메카라는 맨해튼에서 어떻게 시장가치보다 낮은 월세가 가능했을까.

이는 ‘서민 세입자’ 보호 차원에서 시행하는 월세 규제 조항 때문이다. 문제는 월세 규제 조항을 악용해 부자 세입자들이 시장가치보다 훨씬 저렴한 월세를 내고 있다는 점. ‘한번 세입자는 영원한 세입자’이기 때문에 세입자가 스스로 나가지 않는 한 집주인으로서는 해결 방법이 없다.

일부 세입자는 ‘세입자 권리’를 자녀에게 유산으로 물려준다. 또 세입자 권리가 ‘권리금’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에프런 씨도 “1980년에 2만4000달러를 주고 입주에 성공했다”고 고백했다.

뉴욕타임스의 존 티어니 칼럼니스트는 이와 관련해 “‘세입자 귀족’들이 월세 규제 조항을 남용하고 있다”며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중반에도 영화감독 우디 앨런의 전 부인인 영화배우 미아 패로가 맨해튼에서 방 11개짜리 아파트를 월세 2300달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집주인이 월세를 시장가격으로 받으려면 세입자의 연간소득이 2년 연속 25만 달러를 넘는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에프런 씨도 최근 연간소득이 2년 연속 25만 달러를 넘으면서 월세가 시장가격으로 정상화되자 자신이 살던 아파트를 포기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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