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나의 무대]<8>OECD경제국 이코노미스트 남영숙박사

  • 입력 2002년 10월 23일 18시 05분


프랑스 파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 본부 앞에 선 남영숙 박사. - 파리=박제균특파원
프랑스 파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 본부 앞에 선 남영숙 박사. - 파리=박제균특파원
프랑스 파리에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국 이코노미스트인 남영숙(南英淑·41) 박사는 OECD가 두 번째 국제기구 근무다. 첫번째는 제네바의 국제노동기구(ILO)였다. 제네바에 2년 반, 파리에 5년을 살면서 국제기구를 두 군데나 옮겨다닌 것.

“국제기구는 어디든 한 번만 근무해도 다른 국제기구에서 경력을 인정해 준다는 게 장점이다. 기회가 된다면 국제기구를 바꿔가며 근무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전문 지식과 경험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한 곳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승진 기회도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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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본부 사무실에서 남 박사는 국제기구간 전직의 장점을 강조했다. 그는 ILO에서 OECD로 옮기면서 직급 체계가 꼭 같지는 않지만 P2급에서 A3급으로 사실상의 승진을 했다.

남 박사가 국제기구에 관심을 가진 것은 미 스탠퍼드대 시절 국제기구인 세계은행의 장학금을 받으면서부터. 박사 전공을 국제개발(International Development)로 정하면서 국제기구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할 기회를 가졌다. 박사 학위 취득 후 지도교수가 그를 ILO에 추천, 면접시험을 거쳐 자리를 얻었다.

ILO에서 ‘세계고용보고서’ 작성 작업에 참여했던 남 박사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OECD 자료를 많이 참조하면서 OECD에 관심이 쏠렸다. 육아나 물가 사정이 제네바보다 나은 파리 근무에 끌린 것도 사실. 남 박사는 그 때까지 공부가 덜 끝난 남편을 미국에 남겨둔 채 제네바에서 두살배기 아들과 살면서 어렵게 직장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부지런히 OECD 웹사이트(www.oecd.org)를 두드린 끝에’ OECD 경제국 중국 데스크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올 3월 경제국 재정팀으로 옮기기 전까지 OECD에서 나간 중국 경제전망 보고서는 거의 다 그가 썼다.

남 박사는 “OECD의 각국 경제전망 보고서가 그 나라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보고서가 나올 때쯤이면 각 나라에서 촉각을 세운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내용을 일부 수정해달라는 요구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도 국내 일각에 OECD 가입 회의론이 있는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선진국 모임인 OECD는 환경과 인구 고령화 문제를 비롯, 한국이 앞으로 겪어야 할 많은 시행착오에 중요한 참고가 될 경험들을 축적해 놓고 있다. 한국이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정말 얻을 게 많은 거대한 경험 공유의 장이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남영숙씨는▼

▽학·경력〓61년 서울생 명지여고 고려대 경제학과(80학번) 미국 스탠퍼드대 석·박사, ILO 근무, OECD 근무(97년10월∼)

▼남영숙 박사의 조언▼

▽OECD 근무조건〓“보수는 유엔 기구의 비슷한 직급과 비교하면 후한 편이다. 유급휴가는 1년에 30일. 2년에 한번 가족과 함께 본국에 보내주는 ‘귀향휴가’ 제도는 유엔과 마찬가지다. 25세까지 자녀 학비의 70%를 보조해주고 연금 혜택도 있다.”

▽국제기구 지원자에 대한 조언〓“국제기구 근무는 다양한 경험과 폭넓은 지식을 쌓게 해주고 세계를 개선하는데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게 보람이다. 그러나 소속감이 일반 조직에 비해 떨어지고 끊임없이 능력으로 승부해야 하므로 피곤할 수도 있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 말고 매사에 낙관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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