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베트남 개방 20년 걸려… 北도 길게 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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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최근 남북 경협주(株)에 관심을 갖는 주식 투자자들이 늘었다. 북한과 관련된 다양한 비즈니스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북한은 인프라와 자원, 관광을 축으로 경제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북한 인프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은 약 150조∼270조 원으로 추산된다. 재원 확보를 위해선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일본의 전쟁 배상금, 공적개발원조(ODA) 성격의 자금, 개발신탁기금 등의 해외 자본도 들어와야 한다.

실제 대북 사업이 진행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다양한 국제 사회의 제재가 해제돼야 해외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다. 베트남은 1986년 자본주의 시장경제 도입을 위해 경제 개혁과 쇄신을 의미하는 ‘도이머이 정책’을 채택했지만 실질적으로 국제무대에 나서기까지 20년이 걸렸다.

인프라 투자도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건설자재 수입을 위해선 항만 하역 능력을 키워야 하고 철도망 연결을 위해선 전력 인프라도 현대화돼야 한다.

전력산업은 송전 및 배전망 현대화, 노후 발전소 개보수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까지 가스관과 전력망이 연결되면 가스 발전도 가능해진다. 남북 간 전력망 연계사업, 송배전 설비 현대화 작업 등을 통해 독과점적 지위를 확보한 LS그룹의 수혜가 예상된다.

철광석, 석탄, 희토류 등의 광산 투자는 경협 초기에 비교적 빨리 진행할 수 있는 사업 분야다. 2015년까지 북한 광산에 투자한 중국 기업이 61개에 이르지만 자원 보유 통계를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관광산업은 북한이 단기에 ‘달러벌이’에 나서기에 가장 쉬운 분야다. 북한은 내년 4월까지 원산 갈마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 러시아와 맞닿은 지역도 경제 개발에 용이한 곳이다. 이런 지역은 한국 기업의 참여도 상대적으로 쉬운 만큼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종은 특히 토목사업의 수익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기업과의 경쟁은 위험 요인이다. 시멘트업종도 중국산 시멘트와의 경쟁을 이길 수 있는 해상 물류 경쟁력이 관건이다. 유틸리티(공공재 성격이 강한 산업) 분야에선 신규 사업 발굴, 연료 수입단가 하락의 기대가 높은 한국전력의 수혜가 클 수 있다.

무엇보다 남북 경협에 투자하기 전엔 북한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대북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테마를 좇는 섣부른 투자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접근해야 할 때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남북 경협주#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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