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먹인 사과… 달콤한 인생2막

정재락 기자 입력 2017-08-16 03:00수정 2017-08-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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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농부 100만 시대 열자]<10> 맛있는 실험 성공한 울산애플팜 이실범 씨
대기업에서 정년퇴직한 뒤 6년째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이실범 씨(왼쪽)가 부인 정민숙 씨와 함께 사과나무를 돌보고 있다. 이 씨는 사과 맛을 좋게 하기 위해 바닷물을 민물과 섞어 나무에 주는 등 다양한 실험으로 성공을 거뒀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뙤약볕이 내리쬐던 4일 오후 울산 북구 상안동 과수원 ‘울산 애플팜’ 주인 이실범 씨(65)는 사과나무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그냥 수돗물도 아니고, 가뭄에 마를까 봐 뿌려주는 용도도 아니었다. 민물에 바닷물을 섞은 특별한 물이었다. 자칫 염해(鹽害)를 입을 수 있는 바닷물을 왜 사과나무에 뿌려주는 것일까. 이 씨는 “미네랄(무기질)이 풍부한 바닷물을 사과나무에 뿌려주면 사과가 단단하면서도 아삭아삭하고 새콤달콤한 맛이 더해진다”고 말했다.

○ 맛있는 사과 위해 다양한 실험

2012년 사과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 씨는 어떻게 하면 사과 맛을 더 좋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미네랄이 풍부한 사과가 맛도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네랄이 다량 함유된 물질을 물색해보다 떠오른 게 바로 바닷물이었다.

문제는 바닷물의 농도를 조절하는 것. 농도가 강하면 사과나무에 치명적인 염해를 입히고 농도가 약하면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영농 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고 직접 반복실험을 해보니 바닷물 농도가 0.3%일 때 가장 효과가 높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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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은 울산 북구 당사동 바닷가에서 청정 바닷물을 실어와 지하수와 혼합해 뿌려주고 있다. 자주 뿌리지는 않고 1년에 세 차례만 뿌려준다. 바닷물만이 아니다. 칼슘을 섞은 물도 1년에 5, 6차례 뿌려준다. 이 씨는 “미네랄과 칼슘이 풍부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우리 사과만 찾는 애호가들이 많다. 대형마트 매장에서도 많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애플팜의 사과는 무해(無害) 농약 농산물 인증과 글로벌 농산물 우수관리인증(GAP)을 받았다.

울산이 고향인 이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6년 SK울산공장(당시 유공)에 입사해 윤활유생산실에서 근무했다. 성실한 덕에 동료들에게 신망이 높아 1995년에는 임기 3년의 노조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당시 노사 화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5월에는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 씨는 정년퇴직 10년을 남겨둔 2002년경 ‘인생 2막’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보람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천명(知天命)이라는 50이 되니 남은 일생도 허투루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여름휴가나 연가(年暇) 때 해외여행을 하면서 둘러본 선진국에서는 노후에 농장을 운영하는 은퇴자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해보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씨는 고향에 있는 야산을 떠올렸다. 개간하면 훌륭한 사과농장이 될 듯했다. 틈틈이 찾아 나무를 베어내고 산을 깎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등 ‘사과 선진국’을 다니며 선진 영농기법을 배우는 데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스위스에서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과수원에 몇 달간 머물며 일을 배웠다.

○ 매출 1억 원… 멋진 ‘후반전’

그런데 하필이면 왜 사과였을까. 과수원에서 심을 과일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말이다. 사과를 택한 동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본인과 가족이 모두 사과를 좋아해서다.

물론 위기가 적지 않았다. 아무리 10년을 준비했다고 해도 실전은 이론과 달랐다. 처음에는 사과 품종 개발에 실패하거나 사과나무가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죽기도 했다. 태풍으로 사과밭이 쑥대밭이 됐을 때는 농사를 포기하고 싶었다. 이 씨와 부인 정민숙 씨(62)는 서로를 격려하며 이겨냈다. 울산 애플팜에서는 연간 사과 약 43t을 생산해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면적 3만3000여 m²의 과수원에는 사과나무 2000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곳곳에 단감과 살구나무도 자란다. 특이하게 과수원 바닥에는 잔디가 깔려 있다. 비가 많이 내릴 때 빗물에 흙이 씻겨 내려가는 것을 막고 물을 오랫동안 머금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잔디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 사과나무의 건강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고 이 씨는 말한다. 사과나무가 너무 크게 자라면 작업하기가 어렵고 태풍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밀식(密植·빽빽하게 심음)해서 과도하게 자라는 것을 막았다. 자동화설비를 갖춰 물도 자동으로 주고 있다.

부인 정 씨와 사과나무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면서 사과를 따거나 나무를 손질할 때 부부의 정은 더욱 도타워진다. 이 씨는 “직장에 다닐 때는 느껴보지 못한 부부애가 사과농사를 지으면서 새록새록 돋아나는 느낌”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루 일을 마치면 이 씨와 정 씨 부부는 울산 시내로 나가 스포츠센터에서 운동을 하며 피로를 풀거나 맛집 탐방을 한다. 이 씨는 “인생 후반전을 농촌에서 보람차고 여유롭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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